맛집

갈비를 이기고 일등을 차지한 된장찌개 - 남대문의 '심원갈비'

꿈에그린 2010. 4. 26. 17:30

 

덜덜덜...춥다 추워-
매서운 칼바람에 눈까지 시렵게 추운 날이면 뜨끈뜨끈하고 구수한 그 무언가가 먹고 싶다!

이렇게 추운날 보글보글 끓어 넘치는 된장찌개가 어떨까?

 

된.장.찌.개.

한국의 서민층이 즐겨먹는 토착성이 짙은 음식. 물에 된장 풀어놓고 건더기 푸짐하게 썰어넣어 보글보글 끓이기만 하면 되는 된장찌개는 별다른 반찬없이도 밥 한그릇을 뚝딱! 비워내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맛있는 된짱찌개도 밖에서 절대 사먹지 않게 된다. 된장맛에 따라 찌개맛이 달라진다지만 '그집 된장' 맛이 '이집 된장' 맛이고 '이집 된장' 맛이 '그집 된장' 맛인지라 메뉴판에 있는 된장찌개는 거들떠도 안본지 오래다.


그런데! 남대문에 갈비집이라고 간판을 떡하니 걸어놓고 된장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발견했으니~ '된장찌개 맛있는 집' 정도가 아니라 '된장찌개 전문점' 이라니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갈비집의 이름으로 뜬금없이 된장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남대문의 '심원갈비'


서민의 냄새나는 곳의 서민의 음식먹으러 비닐천막 속으로 떠나보자.  

 

 


남대문의 작은 골목 속에 자리잡은 심원갈비는 넓은 남대문로를 따라 위치한 카메라 상가 사이의 알파문구를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찾아가기가 매우 쉽다.  


알파문구의 뒷길로 들어가 수입상가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50m정도 걸어가면 작은 골목길에 비닐천막이 씌워진 주황색 간판의 심원갈비를 볼 수 있다.

그 작은 골목을 지날라치면 가게 아주머니가 비닐천막 속에서 얼굴만 쏘옥 내밀고 '식사하고가세요' 라고 연신 외친다.

 

 




'된장찌개 전문점 심원갈비'



 

갈비집이 어쩌다가 된장찌개 전문점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메뉴판에는 된장찌개가 일등으로 올라가 있다.

보통의 갈비집이라면 고기메뉴 아래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식사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서브메뉴가 고기를 제치고 일등을 차지한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순두부, 김치찌개는 매직으로 써있는 모양새가 믿음이 가지 않지만 메뉴판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된장찌개에는 메뉴판에서부터 왠지모를 기대를 걸게된다.    





가게에 들어서면 점심 손님을 위해 두사람을 위한 수저와 생수,컵,고추장과 참기름 그리고 반찬이보기좋게 셋팅되어있다.

시청과 명동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 남대문까지 어떻게  가리오' 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정도로 자리에 앉자마자 신속하게 주문을 받고 불 붙여주는 아줌마 또한 마음에 든다. 



찌개는 언제나오려나 라는 생각으로 부엌 쪽을 바라보면 선반에 나란히 줄지어 있는 알록달록한반찬들이 입에 침을 고이게 한다.

반찬이 다양하다거나 특이한것은 없지만 푸짐하게 담겨나오는 콩나물, 무채, 오뎅, 열무김치 그리고 꽁치조림 또한 맛깔스럽다.




게다가 찌개가 나오기도 전에  공기밥이 아닌 한사발 가득한 사발밥이 나온다. 공기 그릇에 꾹꾹
눌러 담으면 양은 같을지도 모르지만 사발에 담긴 밥에서 된장만큼이나 구수한 인정이 느껴진다. 

'밥 더주세요~' 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면 마치 귀찮은 듯 그릇을 가져다가 밥 한주걱 더 얹어 테이블에 대충 던지는 아줌마의 무뚝뚝함이 아이러니하게도 왠지 더 친절하다. '손님이 왕이다' 가 아니라 그냥 집에서 어머니가 밥 한주걱 떠서 얹어주는 그런 느낌 때문이 아닐까?  



밥보고 감탄할 즈음이면 주문한지 5분도 채 되지않아 라면사리 동동 떠있는 된장찌개가 나온다.

된장찌개에 왠 라면사리야? 된장라면의 맛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주위의 모든 사람이 라면사리 넣어 먹는데 어찌 안 넣을 수 있을까. 참고로 라면사리는 1000원을 내고 추가해야한다. 





된장찌개를 눈으로 바라보며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법!

아줌마가 찌개도 안나왔는데 밥부터 퍼준데에는 이유가 있다. 큰 밥사발에 반찬 듬뿍 집어 넣고 참기름과 고추장 넣어 비벼먹으면 그맛이 일품이다.

무채와 콩나물,김치에 오뎅까지 넣어 비비니 집에서 반찬없을 때 냉장고 뒤져 남은 반찬 넣어 먹는 맛이랄까. 된장찌개에 덤으로 나온 메뉴라는 생각을 하니 된장찌개에 5000원 내는거 절대 아깝지 않다.




된장찌개 국물이랑 두부 건더기 한수저 듬뿍 넣으면 잘 비벼지는데다가 부드러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스르르 넘어간다.

빠알간하게 윤기있게 변한  밥 알갱이 하나하나를 입에 넣다 보면 찌개가 끓기 전에 밥 한 사발을 다 비워내게 된다. 누가 주 메뉴이고 누가 덤인지 알수없게 말이다.



밥을 천천히 먹는 사람기준으로 딱 세숟가락 먹었을 때,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한그릇 비웠을 때 본격적으로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이제는 반듯하게 누워있는 라면을 먹을 차례다.




된장라면은 어떤 맛일까? 된장 맛이라면 된장 맛이고 라면 맛이라면 라면 맛인데 일반 라면 보다는 구수하고 건강에 좋은 느낌의 맛이 나는 듯하다.

기똥찬 맛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다시 먹고 싶을 만큼, 그리고 다음에는 집에서 된장찌개에 넣어서 먹어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본격적으로 된장찌개 전문점의 된장찌개를 맛보자면 걸쭉하고 구수한 국물에 반하고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넣은 두부와 야채 그리고 수저로 뜰때마다 따라오는 고기에 반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쉴새없이 밥사발에 퍼서 먹으면 된다. 비빔밥에 비벼먹고, 비빔밥에 라면과 된장찌개를 함께 넣어서 먹으면 그 맛 또한 최고다.    


밥 두그릇 비워내고 냄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으면 그게 또 아쉬워서 냄비 바닥에 고인 국물까지 탐내게 된다.  만약 국물이라도 남았더라면 밥 세그릇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꿀맛같은 밥을 술술 넘길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음식이 특별하고 특이한것이 아니라 그저 어머니의 된장찌개 만큼의 맛이라면, 그 안에 정이 담겨있다면 전문점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된장찌개의 서브메뉴가 되어버린 고기메뉴들의 맛이 궁금하지만 심원갈비는 평생 된장찌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된장찌개 전문점의 갈비 맛은 어떨까라는 
생각때문에 언젠가는 고기 맛을 보고 여러분께 알려드릴 날이 있을 것이다.



 

된장찌개를 먹고 돌아가는 길.

갈비집의 간판을 걸어놓고 '갈비가 전문이 아니라 된장찌개요~' 라고 외치는 이 집의 독틈함과 아낌없이 주는 반찬, 푸짐한 밥, 라면사리와 비빔밥, 그리고 걸쭉하고 구수한 국물이 그리고 비닐천막과 석유난로 위에 올려진 물 주전자가 추운 겨울 정감있고 구수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