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설렁탕 뽕빨 - 강남편

꿈에그린 2010. 4. 26. 17:26

 

강북 편 끝난 지 한참이나 지났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강북 편 취재 후 근 2주간 말 할 때마다 입에서 소가 음메~ 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아, 물론 적당한 게으름은 옵션이다.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도 슬슬 돌고 환절기라 몸도 적당히 쳐지는 것이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 후루룩 들이키기 딱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강북 편에 이어 두 번째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 강남 편으로 들어가 보자.

 

 우작 설렁탕

 

허영만의 인기만화 <식객>에서도 소개 된 적이 있을 정도로 매스컴도 입소문도 꽤 타준 곳이다.

골목이고 지하라지만 찾기 어렵진 않다.

.

남부터미널 1번출구로 나간 후 장수약국 끼고 골목을 들여다보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보다시피 간판도 큼지막해서 멀리서도 눈에 띈다.

 


퇴근 후 설렁탕에 걸치는 소주 한잔 무엇과 바꾸리

 


(비교적) 착한 가격

 

그럼 일단 김치 맛부터 보자.

 


김치 삼총사.

익은 놈과 막 담은 놈 그리고 두 가지 배추김치를 준다. 배추김치는 그리 큰 감흥은 없다. 그렇지만 저 깍두기, 동치미라 부르기에도 석박지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깍두기라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묘한 형태와 맛을 지녔다. 처음엔 희끄무레한 것이 동치미에 고춧가루 물을 부어준 줄 알았다.

하지만 모양은 저래도 양파를 넣고 담아선지 적당히 달큼한 맛이 묵직하지 않고 시원하다.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최소한으로 간을 자제한 깍두기가 썩 훌륭하다.

 

이제 설렁탕 맛을 보자.

 
우작진탕, 진탕지게 한번 먹어보자

 

매우 정갈한 맛이다.기름기를 충분히 제거한 국물임에도 고기육수 특유의 복잡한 맛은 살아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이다. 먹으면 먹을수록 닭 육수를 함께 썼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사장님께 농담 식으로 여쭈어봤다.

물론 들려온 대답은  당연하다. "네, 절대로 사골만 사용합니다."


실한 고기에 깍쟁이 무 하나 얹어서 야무지게 한입에

 

반쯤 먹다 깍두기 국물을 부어서 먹어보았다. (다른 집에 비해) 가볍고 경쾌한 국물 맛이었지만 그래도 입안에 살짝 남아있던 특유의 고기 비린내가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다. 설렁탕, 서비스, 실내분위기를 보면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느낌은 ‘깔끔하다'.이다. 구수한 맛만을 자랑삼는 일부 뽀얀 소젖탕을 내는 집들과 달리 이 집만의 복잡 미묘한 감칠맛을 내는 육수를 비교하는 것은 그야말로 큰 실례다.

그렇지만 기름 때 쩐 실내에서 번들거리는 뚝배기를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들고 시원하게 국물 들이 킨 후 쩍쩍 달라붙는 육수에 흐뭇함을  느끼시는 그런 분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거란 생각이다.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충분히 맛있는 설렁탕이다. 함께 동행했던 (서울거주, 40대, 남, 약 80Kg(?), 자영업)은 이 집을 이 날 취재 최고로 꼽았다. 즉 그가 뽑은 강남 설렁탕 왕중왕은 우작이 된 셈이다.

 

한 줄 평: "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

위치: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621-5 홍빌딩 지하

전화: 02-584-8544

메뉴: 설렁탕(6,000) 도가니탕(10,000)

주차 불가

 

외고집 설렁탕

 

불과 1년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파문으로 온국민이 뿔났었다. 예전부터 없어서 못 먹긴 했지만 덕분에 요즘처럼 ‘한우’ 에 ‘웰빙’을  까다롭게 덮어 쓴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한우도 웰빙 운운하는 시대가 왔다. '웰빙'이란 단어도 따지고 보면 미국산 아닌가? 이게 다 높으신 분 덕 아닐련지..

어쨌든, 횡성한우로만 고집스럽게 설렁탕을 끓여낸다는, 있어 보이는 동네에 위치한 고집스런 설렁탕집이 있다 길래 어디 한번 찾아가 봤다.

 


의외로 소박한 외관

 


생각보다 가벼운 가격과 친절한 문구

 


하지만 있어보이는 실내

 


비주얼은 나쁘지 않지만..

 

이 집 김치, 깍두기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강북, 강남을 통 털어 먹어본 김치 깍두기 중 이 집의 것이 제일 처진다. 다른 메뉴를 취급하는 음식점들에 비한다면 양호하거나 한 수 위일지 모르겠지만 설렁탕에 김치, 깍두기 빼놓으면 섭섭하다는 걸 감안한다면 꽤 아쉬운 부분이다.

이왕이면 김치, 깍두기도 좀 고집 있게 담아 주시지..

 


영계백숙 저리가라 오오오오 횡성한우 오오오오♬

 

상호를 허투루 쓰지는 않았는지 고기는 썩 괜찮다. 아니 괜찮다 정도의 평가는 다소 야박할 수도 있겠다. 설렁탕 국물도 기본 이상이다. 그렇지만 강렬하게 인상에 남는 맛은 아니다. 적당히 진국이고, 맛도 잘 살려내었지만 이렇다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밥을 말아 떠먹어 보니 숭늉에서나 날 법한 구수한 맛이 난다. 처음엔 일부러 밥을 태운 후 윗층을 조심스레 덜어내 사용했는가 싶었다. 일행에게 확인을 부탁하니 밥에서 나는 맛은 아닌 것 같단다. 그럼 설렁탕에서 나는 맛이란 뜻인데.. 숭늉 맛이 섞인 설렁탕이라니 그런 건 먹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내 생각엔 아마도 밥에서 나는 것이 맞지 싶다. 물론 둘 중 어느 것이어도 안 되겠지만 말이다.

기본 이상은 하는 집임은 분명하다. 또 사장님의 서비스 마인드나 설렁탕에 관한 철학이 매우 훌륭하다. 장모님께 물려받아 사장님이 하신지 얼마 안 되었다 하니 앞으로 기대할만한 집으로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 듯 싶다.

 

한 줄 평: " 횡성한우와의 고집스런 만남"

위치: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923-22

전화: 02-567-5225

메뉴: 설렁탕 (6,500) 육개장 (8,000)

주차 불가

 

우신 설농탕

 

30년 전통 명가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다. 그리고 하루에 딱 300그릇 분량만 재료를 준비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300그릇만 팔면 문을 닫는단다.

 


안주메뉴 한 판, 밥 메뉴가 한 판

 


입안에서 착 감기는 수육 3종, 7000원에 모든 걸 다! 거기에 국물까지!

 

딱 보기에는 기름기가 잘 제거된 것 같지만 상당히 걸진 설렁탕이다. 국물을 마시고 입을 떼니 쩍쩍 소리가 나는 듯 하다. 사진에서 보이듯 소의 머릿고기처럼 젤라틴이 많은 부위들을 넣고 끓여낸 묵직한 국물이지만 감칠맛은 다소 떨어진다. 먹는 순간 "진국이군.." 하는 감탄사는 나오지만 수저가 바삐 움직일 정도로 맛나진 않다. 감칠맛이 부족한 진국은 아무래도 사골보다는 수구레나 머릿 고기 부위를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지 싶다.

설렁탕에 담겨 나오는 고기들의 질이 괜찮고 양도 서운치 않다. 부위도 다양하니 웬만한 양의 성인이라면 설렁탕 한 그릇 시켜놓고 고기랑 한 병, 밥 말아서 한 병, 소주 두 병은 가뿐할 정도다. 설렁탕과 소주의 조합이 해장용이 아니어도 이 집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다.

 

가볍게 양념한 후 적당히 익혀내 시원스런 김치와 깍두기가 묵직한 육수로 코팅된 입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김치 국물을 더 청해 말아먹어 볼 걸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방문했던 시간이 문을 닫기 직전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의 태도가 다소 심드렁하다. 항의를 할 정도로 무성의하지는 않으니 그만하면 되었다 싶기도 하지만 까칠한 분들은 마음에 스크래치 생길지도 모르겠다.

 

한 줄 평: "쓰레빠 질질 끌고 가서 모듬 수육에 소주 한 잔"

위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13-4호 (신사역 8번 출구 앞)

전화: 02-542-9288

메뉴: 설렁탕(7,000) 우신탕(7,000)

주차 불가

 

 영동 설렁탕

 

생각난다. 나이트 갔다가 설렁탕 먹던 시절이...


지극히 평범한 외관

 

 
그리고 짧고 굵은 단출한 메뉴


이 집은 꽤 많은 남성분들이 공통된 사연을 공유하고 계실 듯 하다.

아실만한 분들은 아시는 물 좋은 나이트가 바로 옆에 있다. 물론 나는 절대 그런 의도로 나이트를 가지 않았지만 알기로는 몇 몇 남성분들은 매우 불순한 의도로 나이트를 찾기도 한다고. 하지만 나는 절대 그런 사람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는 바다. 직장 후배의 꼬임에 넘어가 나이트를 처음 찾았을 때도 그 후배가 갑자기 사라져 얼마나 당황했던지... 옛말 그른 게 하나도 없다. 사위자식은 X자식이고 후배 시키는 X시키다. 하여튼 두 번째도 글마를 따라 나이트를 갔던 날, 이번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둘이 나오게 되었고 글마가 씁쓸한 표정으로 데려간 곳이 이 곳이었다.

뭣도 모르고 소주 한 잔 걸치면서 맛나게 먹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텅 빈 눈빛으로 숟가락질 하는 법도 잊어버린 것처럼 설렁탕 그릇만 응시하던 그 녀석. 미터급 대물과 씨름하다 낚싯대를 부러뜨린 낚시꾼의 표정이 그러할까.  그 녀석이 그 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선배, 이 집은 식욕을 채우는 곳이에요.” 그런 당연한 얘기를 왜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무슨 의민지 이해 못한 채로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에 온통 그 녀석과 같은 표정을 한 사람들이거나 뭔가에 화가 나 있는 사람들 투성 이었다. 왜 그랬을까? 난 맛있기만 하던만.

 

이제 설렁탕 등장.


엄청난 기름 둥둥 포스

 

보기 좋지는 않지만 고기와 기름 매니아의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드는 자태다.

보는 대로 매우 걸지고 묵직한 국물이다. 혓바닥이 포스트잇인양 입천장에 붙었다 떨어진다. 그러면서도 찰진 감칠맛이 있다. 그렇지만 묘하게 단 맛의 여운이 남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도살 전에 행복하게 가라고 설탕을 잔뜩 퍼 먹인 소를 썼거나 당뇨에 걸린 소를 쓴 것이 틀림없다. 그 소 참 달콤한 인생을 살았군. 

단 맛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너무 걸진 국물 때문이었는지, 그 것도 아니면 전식이 과해서였는지 매우 맛있다고 느껴지는데 손이 바삐 움직이지 않는다.

 


이집은 특이하게 깍두기 국물을 아예 주전자채로 준비해놓고 있다.

 

깍두기 국물을 부어 보았다. 국물이 한결 경쾌해진다. 그렇지만 그에 더불어 기분 나쁜 단 맛도 더해진다. 그래도 그 정도라면 용인 가능한 수준. 만약 집 근처라면 일주일에 세 네 번 이상은 방문 할 듯하다. 상당히 맛있는 집이다. 내 입맛에는 네 집 중 최고다. 그럼에도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기름이 온몸을 휘감을 것만 같은 불쾌감이 든다.

기름 쩐내 가득 찬 다른 국밥집에서는 못 느껴본 위화감이다.

 

이제 이집 김치 맛도 봐보자.

빼어날 것도 모자랄 것도 없는 김치와 깍두기라고 하면 다소 박한 평가일지도 모르겠다. 시원하고 맛나지만 다른 집에 비해 이렇다하게 뛰어나다 하긴 어렵다. 항아리에 담긴 김치를 덜어내 먹게 되어 있지만 항아리가 매우 지저분하다. 깍두기 항아리는 마치 끓고 있었는지 거품이 부글부글하고.

 


이집만의 전용 김치냉장고인 듯


위 사진의 냉장고에 보이는 것처럼 김치 항아리들이 들어차 있는데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계속 위 칸에 쌓인 항아리에서 물이 떨어져 아래 칸의 자리 잡은 항아리에 들어가더라. 내가 먹고 있는 김치도 설마 아래 칸에 있던 항아리였을까?

덕분에 생각난 인터넷에서 떠도는 음식점 괴담 하나, 물을 청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자동차 워셔액을 통에 따라 갖다 주더라는..

내 돈주고도 잘 먹고 잘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실내도 그리 깨끗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저분한 것을 참지 못하시는 분이라면 견디기 어려울 듯. 사장님 24시간 영업하시느라 힘든 건 알겠는데요. 그래도 청소 좀 깨까시 하시고 그러심 안 될까요? 아, 화장실은 의외로 깨끗하더라.

 

한 줄 평: " 뜨거운 싸나이 가슴을 달래주는 맛"

위치: 서울 서초구 잠원동 10-53

전화: 02-543-4716

메뉴: 설렁탕 (7,000) 수육 (30,000)

주차 가능

 

 강남편을 정리하며

묘하게도 서초, 대치 쪽은 실내부터 서비스까지 깔끔한 설렁탕이었고, 신사 역을 사이에 둔 두 집은 걸지고 묵직한 설렁탕에 다분히 오다가다 들어가는 동네 밥집스러운 서비스였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사람 생각과 입맛이 어찌 다 같을 수 있겠나.

굳이 함께할 동행을 추천하자면

 수비범위 안에 드는 아리따운 여성과 함께라면 당연히 우작설렁탕을,

 오직 한우, 명품 횡성한우만이 진리라 생각한다면 외고집 설렁탕을,

 슬리퍼 질질 끌고 담배 사러 나왔다가 갑자기 소주 한잔이 생각난다면 친구놈 하나 불러 우신설렁탕을,

 같이 나이트 가서 혼자 사라진 시키들은 다 가이시키들이라 생각한다면 영동설렁탕을 가심 안되겠나 싶다.

출처 : Tong - 윈키님의 윈키님의 맛집정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