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설렁탕집으로 공인된 업소입니다. 1902년 개업하였으니 100년이 넘죠.
종로구 공평동 종로타워 뒷쪽에 있습니다.
설렁탕의 유래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가 설렁설렁 끓여 만든다고 해서 설렁탕이고 둘째는 조선시대에 동대문밖 선농단에서 왕이 친경례를 한 후 노인들에게 곰국을 대접하며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는데 이 집은 후자를 추종하는듯 합니다.
그런데 우리네 전통형식이라기 보다는 한중일 삼국짬뽕스러운 건물 모습입니다. 일본 쪽에 좀 더 가깝게 보이는군요. 일제 강점기의 적산가옥을 겉만 손 봐서 쓰는 것일지도..
100년의 세월을 한 집안에서 계속 운영해온 것은 아니고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풍문에 의하면 홍씨 -> 양씨 -> 전씨 이런 순이라고 합니다.
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가 보다는 현재의 맛이 어떤가가 더 중요하죠. 주인이 하나라도 맛이 떨어졌으면 역사가 백년이 아니라 천년이라도 소용 없는 것이고 주인이 수백번 바뀌었어도 맛이 좋으면 문제 없는...
물론 최선의 방식은 주인이 바뀌지 않고 맛도 변함이 없는 그런 진정한 老鋪가 되는 것이겠습니다만 그게 한국적 현실에서 쉽지 않은 노릇이죠.
지금까지는 전쟁이다 경제발전에 따른 개발이다 하며 나라가 주기적으로 뒤집히는 격변기를 겪어 온 역사탓도 있고 자식에게 물려줘 놓으면 경영합리화다 프랜차이즈화다 하며 맛과 분위기를 죄 엉망으로 만들어 놔서는 단골들 발길 끊어 놓는게 다반사이니..
앞으로는 좀 나아질 것을 기대해 봐야죠.
다시 이문설농탕으로 돌아와 봅니다.
일부러 빈티지스럽게 꾸며둔 인테리어.
작년에 찍은 사진이라서 현재와 가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보통과 특의 가격차이가 여느 업소들 보다 적은 것이 특색있죠.
세월의 흔적으로 칠이 벗겨진 탁자.... 가 아닌, 역시나 빈티지스럽게 보일려고 일부러 칠을 제거한 탁자입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상판을 제외한 다른 부분들은 아주 싱싱합니다.
6~70년대풍으로 엄청나게 태운 보릿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크게 맛나다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한 김치류.
설농탕 보통 나왔습니다.
테이블 회전율 높이려고 뜨겁지 않게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점수 마구 깎아 드립니다.
고기는 작지 않은 것으로 서너 점 들어 가는데 얇습니다. 먼저, 양지살.
마나(만하/지라) 한 조각이 들어가는게 이집의 특징 중 하나죠.
머릿부위도 들어갑니다.
특으로 주문하면 여기에 우설(소 혓바닥)이 추가됩니다.
밥과 밀가루 국수를 미리 말아 냅니다.
미리 말아 내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적잖치만 저는 별로입니다, 국물맛을 버려놓거든요. 가급적 따로 줘서는 적덩한 시기에 취향에 따라 투입해서 말아 먹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앞에 넣으나 나중에 넣으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사정이 크게 다르죠.
식당에서 파는 설렁탕/곰탕들이 사골을 잔뜩 쓰는 고급스러운 국물도 아니며 어떻게 저리 탁하게 되었을까요.
여러 요소들 중 밥이나 국수를 토렴(밥·국수 따위에 더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함)하며 그 성분이 녹아들어서 국물의 탁도를 높이게 됩니다.
업소로서는 유용한 방법이죠. 얕은 국물을 진한 것 처럼 보강하는 효과도 주고 국물의 잡내을 잡아주는 역할도 해주니...
생선 비린내 잡으려 쌀뜨물 이용하는 것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사골 칼국수라며 탁한 국물의 칼국수를 내놓는 집들도 거의 다가 밀가루를 풀어 넣어서 그렇게 된겁니다. 반죽이 들러붙지 말라고 잔뜩 뿌려 둔 밀가루 때문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손님들은 [사골 칼국수]의 '사골'이라는 글자에 혹해서는 그 국물의 탁함이 사골 때문인줄 착각들 하는..
집에서 직접 사골국물 내어 본 분들이라면 얼마나 많은 양의 사골을 진하게 고와내야만 그런 탁도가 나오는지를 아실겁니다. 식당에서 그 정도로 재료를 썼다가는 한 그릇에 이만원은 받거나 망해야만 하죠.
잘 우려낸 설렁탕이나 곰탕 국물의 진득한 본맛을 즐기는 분이라면 밥이나 국수로 토렴해서 탁해진 국물이 반갑지 않습니다.
반면에, 평양냉면에 겨자/식초 풀고 설렁탕 곰탕에 김칫국물 부어 드시는 취향의 분들이라면 토렴 정도는 전혀 꺼리낄게 없으시겠죠.
뭐 어느 쪽이 낫다는게 아니라 취향의 차이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제 취향에는 토렴을 해 내는 탕국물이 그렇지 않은 것들 보다 반갑지 않다는 말씀.
참고로 국수가 설렁탕에 말리는 것은 100년 전에는 없던 형식입니다. 3공화국 때 쌀 부족 사태의 대처법으로 혼분식을 장려하며 국수 말기를 독려한 이후에 생겨난 식습관으로서 어쩌다 보니 그에 적응되어 익숙해진 형식일 뿐이지 우리의 전통 식습관도 아니고 그게 더 맛있어서도 아닙니다.
위생 정신도 100년 전의 형식으로...
토렴을 하던 않던 기본적으로 국물이 얕습니다. 이걸 [개운하다. 깔끔하다. 담백하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밋밋하다. 깊이가 없다. 진하지 않다]는 식으로 표현이 됩니다.
이 집은 최고(古)의 맛집이지 최고(高)의 맛집은 아니라고 봅니다. 뭐 그렇다고 수준 이하라는 말씀은 아니고 명성에 비해 그렇다는 이야기죠.
옛 선농단에서의 노인공경 형식을 따라해서 예전에는 한달에 하루 날을 잡아 노인분들께 무료로 설렁탕 대접을 해드렸었는데 요즈음도 그러는가 모르겠군요.
짐작에 중단한 듯 합니다. 하고 있으면 방송프로들이 가만 두질 않고 꼭지로 많이 다루고들 있을텐데..
소머리를 함께 넣어 만들기에 국물구성이 좀 복잡합니다.
유제품으로 국물맛을 내지 않은 것은 높이 삽니다만 그렇다고 밥과 국수로나 보강된 밋맛한 국물이 이해될 수는 없겠죠.
명성에는 못 미치나 동네의 일반적인 설렁탕들에 비하면 낫다고도 볼 수 있는 편.
예전에는 '이문설농탕의 국물이 하도 진해놔서 뜨다 보면 놋수저가 휜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였었다죠. 저는 그런 때의 맛을 보질 못해놔서 공상과학소설 내지는 무협지 처럼 느껴집니다. 현재의 국물상태에서 그런 예전 모습의 어떤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죠..
Good : 100년 노포의 체험. 여느 유명 설렁탕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Bad : 낮은 온도, 명성에 비해 얕고 그나마 밥과 국수를 말아내는 덕에 탁해진 국물.
Don't Miss : 평일 점심의 붐비는 시간대에는 주고객층인 어르신들의 비매너(고성과 바닥에 가래침 뱉기 등)를 겪을 확률이 낮지 않으니 그런 쪽으로 민감한 분은 주의.
Me? : 21세기 들어서는 일부러 설렁탕을 사 먹고 다니지는 잘 않는다. 다른 부위를 속여 붙여 내는게 일반화된 갈비집들 처럼 본연의 제대로 된 국물을 내는 설렁탕집들이 몇이나 되는가.
유명도 지수 만족도 : 52% 일반적인 기준 만족도 : 72% (2%는 100년 노포로서의 기본 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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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 이야기 나온 김에 유명 설렁탕집들 모음으로 한 주를 보내려 했으나...
뭔지 화려하고 두근두근한 연말 특집판을 강력 요구하는 분들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출처 : Tong - 윈키님의 윈키님의 맛집정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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