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의 진단과 치료

꿈에그린 2010. 2. 10. 14:14

[당뇨기초(667) :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의 진단과 치료]


1. 서 론

당뇨병의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당뇨병의 여러 합병증 가운데 가장 흔하면서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합병증이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다. 증례를 통하여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 살펴보자.


2. 증 례

(1) 26세 여자가 지속적인 하지의 타는 듯한 통증과 상지의 손가락에 감각이상을 주소로 왔다. 15년 전부터 제 1형 당뇨병으로 진단 받고 인슐린을 주사하였으나 당화혈색소는 항상 8에서 9% 사이에 머물렀다. 당뇨병성 망막증이나 신장병증의 과거력은 없었으며 빈맥, 기립성 저혈압, 장운동 변화, 식후 발한 등의 증상은 없었다. 신체검사 소견에서 체질량 지수는 27㎏/㎡, 혈압 130/80, 심박동수 72회/분이었다. 하지의 피부색은 정상이었으며 족배동맥 박동도 잘 촉지되었으나 위치감각과 10그람 모노필라멘트 검사에 감각 감소반응을 나타냈다. 당화혈색소는 8.2%(정상 3-6%) , 알부민-크레아티닌 비는 25㎍/㎎ (정상 <30㎍/㎎)였으며, 혈장 크레아티닌, 단백질 및 다른 혈액검사 소견은 정상이었다.

(2) 39세 남자가 수 개월 전부터 양 발에 나타나는 찌르는 듯한 통증과 발의 시림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증상은 밤에 더 심해지고, 걸을 때 나타나는 종아리의 통증으로 걷다가 쉬어가야만 하였다. 8년 전부터 제 2형 당뇨병으로 진단 받은 후 경구 혈당강하제로 치료하였으며 혈당조절은 양호하였다. 통증의 치료를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를 사용하였으나 증상의 호전은 없었으며 당뇨병성 신병증이 있었으며 통증으로 휴직상태였다. 신체검사 소견에서 키 178㎝, 체중 49㎏, 혈압 140/90㎜Hg 였다. 당화혈색소 6.8%였으며 다른 혈액검사 소견은 정상이었다.


3. 당뇨병성 신경병증과 감별해야 할 질환과 진단방법은?

위와 같은 증상을 가진 당뇨병 환자는 진료실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데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아주 경미하여 진단을 할 수 없는 단계부터 너무 심하여 마약의 사용까지 고려해야 하는 매우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당뇨병환자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당뇨병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증상은 아니다. 비타민 B12나 엽산과 같은 영양소의 결핍, 납, 수은, 비소와 같은 중금속 중독, 알코올 중독이나 allopurinol, isoniazid, nitrofurantoin과 같은 약의 부작용, 신경의 압박에 의한 포획 증후군, 그리고 기관지 또는 위암, 요독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류마티스성 관절염과 같은 질환 등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당뇨병에 의한 신경병증으로 진단하기 전에 자세한 병력조사와 신체검사에 의해 다른 원인을 배제하여야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진단과 병기 분류는 증후와 증상, 그리고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정량적 감각신경 검사나 전기 진단검사의 객관적 증거가 불현성 신경병증의 발견을 위해 필요하다. 임상적 신경병증은 임상증상, 증후 객관적 증거에 의해 진단되고 말초신경계 침범 부위의 분포에 따른 증상에 의해 여러 증후군으로 세분된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증상은 진단에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촉각 지각 능력을 평가하는 모노필라멘트 검사, 발목 반사 검사, 진동 감각 검사를 이용하여 선별할 수 있다.


4..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의사를 찾아오는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환자는 "왜 신경병증이 발병했는가"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통증을 없애주기만을 원한다. 그러나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단순히 약물로 통증을 제거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고, 반드시 혈당조절이 선행되어야 하며 어떤 약제의 사용으로도 통증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단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먼저 알려주어 환자의 치료에 대한 기대와 결과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최근에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완치시키거나 치료할 수 있는 기적같은 약물이나, 신경을 재생시킬 수 있는 약물은 없고 다만 치료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말초 신경병증을 가진 환자들은 통증 경감을 위해 모든 진통제를 사용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마약까지 사용하려고 하기도 하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까지 서슴지 않고 시행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의 치료에 앞서 통증이 영구히 지속되는 증상이 아니고, 또한 심한 통증에 의해 마비가 유발되지 않는다는 것과, 치료목적은 신경의 재생을 위한 것보다는 증상조절에 있음을 교육해야 하고, 환자와 공감 (rapport) 형성이 필요하다.

당뇨 신경병증을 가진 환자에서 우울증이나 불면증이 흔히 병발하는데 이는 잘못된 진단이나 치료가 지연되어 나타나는 것이므로 이러한 증상들을 원인이 아닌 결과로 인식하고 병행치료를 함으로써 환자의 통증이나 삶의 질을 호전시킬 수 있다. 신경병증에 의한 통증치료에 있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부적합한 진단과 잘못된 통증 기전의 이해, 병발된 질환의 부적합한 치료, 치료방법의 잘못된 선택이나 적용, 그리고 잘못된 결과 분석방법의 사용 때문이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신경병증성 통증의 기저원인을 파악하고, 증상에 특이적이고 통증의 병태생리적 기전을 차단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1) 엄격한 혈당조절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혈당을 정상에 가깝게 유지하는 엄격한 조절이 필수적이다. 혈당조절의 한 방법인 규칙적인 운동도 신경손상에 의한 근육의 약화를 막기 위해 도움이 되며 실제로 걷기와 같은 단순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시행하는 환자들에서 통증이 약화 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계속 정상에 가까운 혈당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환자는 통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2) 병인에 대한 약물요법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환자의 신경의 손상을 막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경병증의 병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약물이 실험적 단계나 임상실험 단계에 있으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제는 alpha-lipoic acid(Thioctacida)와 gamma-linolenic acid (Evoprima) 등이다. Alpha-lipoic acid의 용량은 경구용 약제로 1200-1800㎎을 사용해야 주사제 600㎎ 정주와 동일한 효과를 얻겠지만 보험에서 인정하는 기준은 600㎎으로 제한되어 있다. Gamma-linolenic acid는 480㎎ 정도의 경구 투여가 필요하며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에 의해 통증감소가 충분하지 않아 대증적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3) 대증적 약물요법

당뇨 신경병증으로 인한 통증의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은 통증을 없애는 것이다. 약물을 사용하는 단계에 대해 확립된 이론은 없으며 임상적 경험에 의해 매우 다양한 경로로 사용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들의 효과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하게 보고되어 모든 환자에게 일반화 시킬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동일한 원인의 당뇨 신경병증이라도 통증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개개인 환자의 `증상과 증후군`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제의 선택에 있어 단순히 일반적인 진통효과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신경병증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원인에 대한 완전한 평가 후 개별적 치료를 해야 한다. 통증치료에 단독요법으로 부분적인 효과를 보이는 경우에는 병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병합요법은 치료효과를 좋게 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으나, 약제간 상호작용, 복잡한 용량조절 문제나 부작용 증가의 위험성도 있으므로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통증과 병인에 대한 치료제의 동시사용도 가능하지만 임상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