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탕요리 열전 ① 풍원양곱창 곱창전골

꿈에그린 2007. 11. 27. 08:25
오가는 술잔, 뜨끈한 국물 한 모금에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제대로 된 탕 안주 요리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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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가 옷 속까지 파고드는 초겨울 밤. 뜨끈한 온돌을 그리워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길을 붙잡는 냄새가 있다. 논현동 영동시장 입구에 자리한 풍원양곱창에서 굽고 끓이는 곱창 냄새는 곱창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인근 직장인들이 퇴근 도장을 찍자마자 이곳으로 향하기 때문에 오후 6시 30분이면 자리가 꽉 찬다. ‘어제도 오고 오늘도 왔다’는 단골들이 내뱉는 말은 한결같다. “약이라도 넣은 건가, 왜 이렇게 자꾸 당기는지 모르겠어.”

온갖 화학조미료를 넣어 요란스러운 맛을 내는 곱창집과 다르게 이곳에서는 오직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그만큼 곱창 맛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전순복 사장은 한우의 70여 가지 부위를 줄줄이 꿸 정도로 쇠고기에 관한 한 ‘박사’다.

시장에서 도매로 사 오는 곱창의 품질을 믿을 수 없어 직접 고른 소를 도축해 사용할 정도니, 그 깐깐함에 종업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곳에서 구이만큼이나 인기가 있는 전골은 양념장에 맛의 비밀이 있다. 안주인에게 물으니 양념장만큼은 절대 ‘노 코멘트’란다. 전골에 들어가는 곱창은 하루 전에 매콤한 양념에 재워둔 상태라 입이 후끈해질 정도로 얼큰한 맛이 돈다. 곱창구이 한 점, 곱창전골 한 숟가락이면 소주 한 병 마시는 것은 시간 문제. 안주로 그만인 메뉴라 애주가의 발길이 유독 잦다.

Information
●02-517-0056 ●24시간 ●주차가능 ●곱창전골 2만2000원, 곱창구이 1만2000~1만6000원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한남대교 방향 150m, 행복한 약국 골목 진입 후 100m
냄비 속이 궁금하다!
새송이버섯에서 우려낸 시원한 버섯 육수 맛이 전골 맛을 결정짓는다. 매콤하게 양념한 곱창과 버섯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환상 궁합을 만들어낸다. 안주인이 전하는 팁 하나! 말린 버섯을 곱게 갈아 전골 육수에 사용하면 맛이 한층 풍성해진다고. 이 말에 이 집 양념장의 비밀이 있을지도 모르니 가볍게 넘기지 말 것.
[서울] 탕요리 열전 ② 남포면옥 어복쟁반
담백한 평안도식 전골
editor 이미란 photographer 성종윤, 곽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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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면옥은 어복쟁반을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식점 중 하나다. 평안도 향토 음식인 어복쟁반은 제대로 만들어낼 수도 없을뿐더러, 만드는 과정 자체가 수고롭기 때문이다. 얇게 썬 양지머리와 버섯·채소 등 무려 열다섯 가지 재료가 사용된다. 적당히 간을 한 재료를 둥근 놋쇠그릇에 줄줄이 얹어 한소끔 더 끓이는데,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탕요리가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어복쟁반은 특히나 국물 맛을 음미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음식이다. 쇠고기와 사골로 우려낸 육수는 맛뿐 아니라 겨울을 건강히 나기 위한 보신용이다.

나이 지긋한 단골손님들이 ‘이 국물을 먹으면 겨우내 감기에 안 걸린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골 중앙에 놓인 간장소스는 과일을 갈아 넣어 달착지근한 맛이 돈다. 양지보다는 버섯이나 채소와 좋은 궁합을 만들어낸다. 냉면 사리와 만두를 넣어 먹으면 4인 식사로도 넉넉한 양이다. 매일 담그는 동치미는 남포면옥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 가게 입구에 놓인 장독에 매일 담근 동치미를 채워두는데 그 맛에 찾아오는 손님도 제법 된다.

Information
●02-777-2269 ●12:00~22:30 ●주차불가 ●어복쟁반 3만5000원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1번 출구, 하나은행 골목으로 진입 100m
냄비 속이 궁금하다!
어복쟁반에는 이름마저 생소한 유통이라는 부위가 들어 있다. 유통은 소의 젖가슴살 부분으로 고소한 육수를 우러나게 하는 데 일등공신.
노르스름하며 기름이 많은 부위로 버섯과 양지로 밋밋할 수 있는 전골 맛을 한층 진하고 풍미 넘치게 만들어낸다. 대추와 은행 등 약재를 넣는 것도 남포면옥 어복쟁반만의 특징이다.
[서울] 탕요리 열전 ③ 과천매운탕 빠가사리탕
칼칼한 매운탕, 술 맛 나는 정취까지
editor 이미란 photographer 성종윤, 곽은정
오가는 술잔, 뜨끈한 국물 한 모금에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제대로 된 탕 안주 요리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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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인 사당역에서 지하철로 고작 두 정거장을 지나왔을 뿐인데, 과천매운탕이 있는 선바위역은 시골 분위기가 완연하다. 눈을 돌리면 조그마한 텃밭이 보이고 감나무에 까치밥도 걸려 있다. 찾아보면 조그만 실개천도 흐를 법한 풍경이다. 매운탕을 즐기기에 이만큼 구색이 맞는 동네가 서울 근교에 또 있을까 싶다.

‘요즘엔 빠가사리가 제 맛’이라는 안주인의 추천을 믿고 빠가사리매운탕을 시켰다. 속이 깊은 무쇠솥에 벌건 국물이 넘치도록 끓는다. 30분은 끓여내야 생선뼈에서 우러난 진짜 매운탕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 매운 열기만 실컷 음미한다. 숟가락을 든 손이 왔다 갔다 덜 우러난 매운탕 앞에서 갈 곳을 잃고 방황한다.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으며 기다리는 30분이 세 시간처럼 길다.

생선 기름이 떠오르면 그때부터 기다리던 시식이 시작된다. 빠가사리는 살이 많은 생선이 아니지만, 쫀득한 육질이 일품이다. 벌건 국물과 함께 먹으면 그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게 보신을 하는 기분이다. 얼큰한 국물에 취해 있다 공깃밥 하나 시켜 자작하게 졸여진 매운탕 국물과 채소를 넣고 쓱쓱 비벼 먹는다. 이쯤 되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Information
●02-502-8850 ●10:00~22:00 ●주차가능 ●빠가사리매운탕 3만5000~5만원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3번 출구에서 150m
냄비 속이 궁금하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으면서도 시원 칼칼한 맛을 내는 비법은 바로 민물새우.
돈을 주고도 구하기가 힘들다는 민물새우를 충주 등지에서 들여와 넉넉하게 넣는다. 고춧가루와 채소 등은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 말 그대로 유기농이다.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재료가 매운탕 냄비 속에 감춰진 맛의 비밀이다.
 
[서울] 탕요리 열전 ④ 존슨찌개 ‘존슨탕’
부대찌개와 비교, 절대 사절
오가는 술잔, 뜨끈한 국물 한 모금에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제대로 된 탕 안주 요리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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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의 애칭쯤으로 알려진 ‘존슨탕’이 고유명사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부대찌개와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이름부터 ‘미국스러운’ 느낌이 나는 존슨탕은 부대찌개의 필수 요소인 김치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소시지와 햄이 넉넉하고 치즈가 올려진다. 얼큰하고 칼칼한 맛의 부대찌개가 좀더 진하고 ‘끈적’하게 변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존슨부대찌개는 존슨탕을 메인 메뉴로 내세워 운영하는 곳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름이 너무 생소하니 그냥 부대찌개로 하라’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신동준 사장은 존슨탕이란 이름을 고집했다. “부대찌개와는 전혀 다른 음식인데, 부대찌개라고 부를 수는 없죠.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부대찌개보다 훨씬 낫다면서 단골이 되는걸요.”
존슨탕과 함께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폭찹바비큐도 인기 메뉴다. 매콤달콤한 소스 맛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존슨탕 한 솥과 바비큐 한 접시면 가족의 외식 코스로 부족함이 없다. 특히 카페처럼 꾸며진 아기자기한 내부는 기존의 찌개집 인테리어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린다.

Information
●02-707-3212 ●10:00~24:00 ●주차가능 ●존슨탕 6000원, 폭찹바비큐 1만원 ●공덕 로터리에서 마포대교 방향, 한마음병원 골목으로 진입 150m
냄비 속이 궁금하다!
존슨탕에는 그 흔한 양념장 하나 없다. 칼칼한 맛을 내는 데 쓰이는 것은 오직 고춧가루뿐.
다양한 재료를 깔끔하게 어우러지게 하려면 정체 불명의 양념보다 고춧가루가 최고라는 것이 주방장의 설명이다. 슈퍼뗑臼育?아닌 정통 햄과 소시지를 사용한다는 것이 존슨부대찌개가 가장 내세우는 자랑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