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시원한 맛의 대명사 복탕 (충무로부산복집)

꿈에그린 2008. 10. 7. 10:40

 “어~ 시원하다.”

 

욕탕에 들어간 아버지의 말만 믿고 초등학생 아들도 따라 들어갔다가 홍당무가 되어 뛰쳐나왔다. 그리고 혼자서 하는 말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고 했던 그 아들도 어른이 되면 시원하단 말의 뜻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어른들은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어 시원하다.”라고 말한다. 그 오묘한 느낌의 세계를 어린아이나 외국인들이 어찌 알겠는가. 이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표현이다.

 

복탕의 맛은 시원함에 있다. 복과 미나리 콩나물에서 우러난 시원한 맛. 그 맛은 매운탕보다 맑은탕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복 매운탕은 텁텁한 국물로 인해 시원한 맛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맛이라면 굳이 복이 아니어도 되지 않은가. 차라리 해물로 끓인 매운탕을 먹는 편이 낫다. 더 맛있고.

 

 

 

부산복집의 복지리 2인분 20,000원

 

 

아직도 복고기를 먹기 위해 복탕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복 맑은탕은 시원한 맛에 먹는 만큼 국물이 생명이다. 시원한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밥을 마는 것도 금물이다. 밥을 말면 국물이 탁해진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는 것도 국물의 맛은 아니다. 시원한맛이 반감된다.

 

그저 그릇째 들고 후루룩 마시는 게 상책이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 시원함은 뱃속으로 들어가 열처럼 퍼진다. 복탕을 먹을 땐 말도 필요 없다. 끊임없이 후루룩 계속해서 마시다보면 몸에 열이 돌고 국물을 다 비울 때쯤 되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게 된다.

 

땀을 훔치고 나면 밀려오는 개운함에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이 상태가 되면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도 저만치 달아나고 만다. 이게 복탕의 묘미이다.

 

 

콩나물 듬뿍 들어간 복지리

 

 

부산복집이 있는 거리

 

 

맛객은 전날 술이 과하기라도 한 날이면 부천에서 서울까지 날아간다. 최근에 간 집은 충무로 극동빌딩 뒷골목에 있는 ‘부산복집’ 이다. 1만원하는 복지리를 주문했더니 콩나물을 듬뿍 넣은 냄비가 나온다.

 

 

 

콩나물 양이 어찌나 많던지 콩나물만 끓여먹어도 숙취쯤은 문제도 아니겠다.

 

 

 

어느 정도 끓기 시작하면 복을 넣는다. 마지막으론 미나리를 올린다. 재료를 익히는 순서만 봐도 복을 허투로 다루는 집은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

 

 

복껍질무침, 딱 봐도 채소보다 껍질이 더 많다

 

 

복껍질무침은 서비스로 나온다. 복 껍질보다 채소가 더 많은 여느 집과 달리 두툼한 복껍질이 많이도 들어갔다. 단 양념이 너무 진하다는 게 흠이라면 흠.

 

 

 

숨죽은 미나리부터 먹는다

 

 

 

국물은 땀이 날때까지 계속 마신다

 

 

남은 국물에 볶은밥

 

글쓴이: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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