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동안 한번도 그 날 준비한 것을 남긴 적이 없고, 4시~4시30분의 문 닫는 시간을 넘긴 적이 없을 정도로 둘째 가면 서럽다 할 곰탕집이 바로 하동관입니다. 곰탕 맛도 물론이거니와 무, 새우젓, 소금 말고는 들어간 것이 없다는 깍두기 맛은 또 어찌나 좋은지 어떤 비싸고 맛깔스런 반찬도 부럽지 않아 깍두기 하나만으로도 진수성찬이 되는 하동관의 식단입니다. 비가 조연으로 나온다는 헐리우드 영화 한편을 보러 나왔다가 해장 겸 푸짐한 그 식단이 그리워 하동관을 찾았습니다.
오래된 터인 코리아해럴드 사 골목을 떠나 명동 외환은행 옆 먹거리 골목으로 들어 온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단골들의 이러쿵저러쿵 변했다는 등 불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꿋꿋한 하동관 명동점입니다.
이전하기 전에 비해 많이 오른 가격이나 오후 4시 반을 넘으면 없어서 못 판다는 곰탕입니다.
전날의 해장을 이 곳에서 한다는 일행을 위해 "기름 빼고" 보통 곰탕을 주문하고, 저는 열두공(12,000원) 곰탕을 주문했습니다.
보통(8,000원)도 양지머리가 많이 들어있는 편입니다. 내장을 좋아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좋아한다기에 보통에서 기름을 뺀 것이죠. 밥은 말아서 나오구요. 주문이 복잡하면 나오는데 오래 걸릴 듯 하지만, 사실 주문 후 1분 안에 도착하는 식단입니다.
잠깐 여기서 입맛대로 주문하는 법을 알아볼까요? 간단한 메뉴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입맛대로 주문할 수 있는 하동관 메뉴랍니다.
기름빼고 기름을 빼고 담백하게 만든 국물, 맛배기 밥의 양을 줄인 것, 민짜 건더기 없이 국물하고 밥만 나오는 것, 통닭 계란을 풀어 먹는 것, 깍국 깍두기 국물을 부어 넣어 얼큰하게 먹는 것.
보통엔 일반적으로 고기만 나오고, 특엔 고기와 내장이 섞여 나옵니다. 지금부터는 특 이상을 주문 하실 때의 방법들입니다. 고기만 내장은 빼고 고기만 나오는 것, 차돌백이 고기 대신 차돌백이를 넣어 주는 것, 내포 고기 없이 내장만 넣어 주는 것을 일컫는 답니다. 그리고 반드시 만원 짜리만이 특이 아닌 가격에 맞춰 곰탕을 만들어 주는데 저와 같이 열두공을 원하시면 1만2천원 짜리 특, 그 이후로도 15,000원 짜리 특, 17,000원짜리 특등등 원하시는 대로 가격에 맞춰 고기와 내장이 듬뿍 담긴 곰탕이 만들어져 나온다니 골고루 드셔보는 재미도 적지 않겠죠.
곰탕과 그토록 궁합이 더 잘 맞을 수 없는 깍두기와 김치의 맛도 빼 놓을 수 없는 하동관의 자랑.
김치 맛도 괜찮지만 깍두기 맛이 여간 일품이 아닙니다.
다음은 고기와 내장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이 들어가 있는 열두공(12,000원)
남겨도 좋다! 2천원을 얹어 이렇듯 뿌듯해짐을 느낄 수 있으니 어찌 2천원을 아낄 수 있겠습니까! 생각보다 맑은 국물에 간은 본인이 맞추도록 소금간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선 파와 소금간을 해주어 입맛에 맞추도록 합니다.
마침 배고팠지만 이 곰탕 하나 끝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내장과 고기만 먹어도 한끼 식사가 될 정도이니 말입니다. 다만 이 푸짐한 고기와 내장을 찍어 먹을 소금이나 양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살짝 들더군요. 자칫 느끼해지기가 쉬울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하여간 하동관에서 점심을 보낸 제겐 저녁까지 든든한 하루였답니다.
1939년 개업한 하동관은 이후 장낙항씨 가족에게로 인도되고 그 며느리인 김희영씨가 지금 70세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맛의 전통을 유지한 북촌의 맛의 명소로써 소개하고픈 집입니다. 그리고 비가 나오는 영화가 어땠냐구요? 글쎄요~ 아쉬울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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