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의 건강칼럼] 짜증을 다스리는 방법 ‘36계 줄행랑’
날씨가 한창 더워졌습니다. 올 여름은 유독 덥고 길 거라는 전망이 있지요. 작년 여름 독한 무더위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 분들은 모두 '이 더위를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실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한창 장마가 낀 7월 초ㆍ중순은 불쾌지수가 한껏 올라가는 기간이지요. 게다가 올해는 전력 걱정 때문에 에어컨 한번, 선풍기 한번 트는데도 눈치를 봐야 할 판이니 이래저래 짜증스러운 일이 많은 달이 될 것 같습니다.
주로 짜증풀이의 대상이 되곤 하는 것이 이 계절에 자주 보게 되는 파리와 모기입니다. 정말로 별 것 아닌데, 참 신경 쓰이는 놈들이지요. 어떻게 하자니 잘 보이지도 않고 잡기도 어렵고, 잡아 봤자 뭐 큰 쾌감이나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가만히 참고 있자니 속에서 자꾸 부글부글 무엇인가가 끓어오릅니다. 한여름 밤의 꿀잠을 방해한 모기 녀석을 잡겠다고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그 순간에는, 어지간한 분노, 슬픔, 기쁨 등의 감정이 다 지워질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가 몸을 사로 잡습니다. 정말로 별거 아닌 그 놈의 파리 한 마리 때문에 말입니다.
짜증은 '분노'와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또 무척이나 다릅니다. 분노를 내는 사람에게는 나름의 '정당한' 혹은 '적어도 나는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다던가, 이해관계가 부딪힌 일에서 밀려났다던가, 자신 혹은 주변 사람이 모욕을 받았거나 하는 등의 일들이 보통 '화'나 '분노'의 원인이 됩니다. 때문에 분노는 무조건 누르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정당한 분노를 바르게 표현한다면 그것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분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우선 감정을 가라앉혀야 하고, 분노를 표현하는 일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짜증은 다릅니다. 그저 불만스러운 상황에 '왈칵' 일어나는 '화'가 바로 짜증입니다. 유독 여름에 짜증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환경적인 탓도 있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이지요. 내가 처해 있는 환경 조건이 불쾌하다 보니, 그저 작고 사소한 것 하나도 쉬이 넘어가지지 않고 왈칵 화가 나는 것이죠. 불쾌지수가 높은 날엔 짜증도 최고조에 이릅니다.
이처럼 짜증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짜증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바로잡을 일도 없습니다. 말을 바꾸자면 분노에는 목표가 있어도 짜증에는 목표가 없다는 뜻입니다. 분노는 무엇인가를 바꾸거나 바로잡으려는 건설적인 에너지로 전환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내 마음의 생김새를 더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짜증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눈이 먼 '화'만 울컥울컥 쏟을 뿐이죠. 목표가 없으니 짜증은 자칫 분노보다 더욱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목표가 없는 '화'의 에너지는 곧잘 폭력적인 괴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동적인 폭력 사건의 상당수가 분노가 아닌 짜증 때문임을 상기한다면 이 말을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럼 이 무서운 짜증을 우리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저는 가장 유명한 병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중국의 손자가 정리한 병법 중 최고 병법인 서른 여섯번째 작전이지요. 맞습니다. 도망입니다. 짜증과 맞서 싸워 이기려고 하지 마세요. 짜증이 솟구칠 땐 그저 눈 딱 감고 3초만 세어보세요. 뜨거운 밥솥 뚜껑을 열어두면 몇 초 만에 김이 빠져 나가듯이, 잠깐만 참으면 짜증은 슬그머니 꽁지를 감출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짜증의 대상은 평소에 나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은 것들입니다. 다만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운 내 마음이 변덕을 부리며 화를 낼 핑계거리를 찾고 있을 것뿐입니다. 그러니 얼른 그 자리에서 물러나서 잔뜩 열을 내고 있는 내 몸과 마음을 다독여 보세요. 시원한 그늘도 좋고, 차가운 냉수 한잔도 좋고, 맛난 밥도 좋지요. 평소에 보고 싶었던 영화나 소설도 이럴 땐 기가 막히게 잘 듣는 명약이 될 수 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면 신기하게도 그 짜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놀라게 됩니다.
'아니 그 사소한 일로 나는 그렇게 화가 났던 거야?'
짜증이 날 때 행동 강령
일단 그 자리에서 멀리 떨어져보세요
그 자리를 떠나세요. 짜증을 유발하는 무엇인가가 있는 곳에 머문다면 당신의 몸과 마음만 더 불편하게 만들 뿐입니다.
시원한 물 한잔 들이켜 보세요
사정이 있어 짜증의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면 차갑고 시원한 물로 몸의 감각을 깨우고 에너지를 채워보세요. 몸의 열이 가시면 짜증기도 가시고 냉정한 이성도 돌아옵니다. 짜증을 냈던 이유가 얼마나 작고 사소한 것이었는지 보이게 됩니다.
편안한 자세를 취해보세요
몸을 편안한 자세로 바꾸고, 마음이 풀어지도록 호흡을 해보세요. 짜증의 80~90%는 내 몸이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워 생긴답니다. 몸을 편하게 하면 마음이 한층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래도 짜증이 가시지 않는다면 생각해보세요. 정말로 내가 화를 내고 내 몸을 부대끼게 만들 만큼의 일이었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말입니다. 그 순간의 이웃집 소음이, 순간의 더위가, 길가다 부딪힌 누군가의 무례가 과연 내가 이렇게 흔들릴만큼 중요한 일이었을까요?
칼럼니스트 : 이시형 박사(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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