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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 반 눈물 반 ◈

꿈에그린 2010. 7. 12. 16:33
      ◈ 웃음 반 눈물 반 ◈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지요.

      그래도 찾아오는 봄 햇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가슴 시리도록 춥던 추위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해님이 세상
      을 온통 따뜻하게 비추어 주고 있네요. 당신과 나 둘이 하나가 된
      지 10년이 되었는데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래도 마누라라고 옆에서 떡 버티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
      럽고 그저 미안하기만 합니다.그렇게도 힘들고 그렇게도 춥게 살아온
      우리의 삶...밟히면 일어서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는 잡초처럼,
      질기디 질긴 질경이처럼,넘어지면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끈질기게도
      일어서는 당신.


      힘이 들어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잘도 견디며 살아오신 당신
      에게 그저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제가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네요.


      우리 결혼해서 마음 편하게 살아본 날이 몇 날이나 될까요. 손가락
      으로 헤아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결혼 일 년째 된던 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받았지요.


      사랑스러운 아들이 태어나던 그날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다고. 세상
      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좋아했었지요. 그러나 그 행복은
      잠시뿐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하던 아들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지요.


      세상은 우리보고 행복하지 말라고 그때부터 훼방을 놓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너무나 열이 심해서 개인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종합
      병원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보내주던 그날, 백혈병 아니면 종양
      이니 빨리 가라던 청천벽력과도 같은 그 말.


      하늘이 무너진다는 그 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지요. 어린 아들을
      들쳐업고 지하철을 타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하던 그때 우리는
      얼마나 울었습니까?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목은 메이고 찢어지는 듯한 가슴의 통
      증을 느끼면서 하염없이 소리 없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지요.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우리를 힐끔거리며 바라보았지만 우린
      의식하지도 못한 채 그저 울기만 했지요.


      더욱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는 치료해서 결과가 좋으면 청소년기까지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3개월 이내라고. 당신과 나 병원 화장실
      에서 안방인양 뒹굴며 두 다리 쭉 뻗고 울던 그날.
      그때 그 심정 어느 누가 알까요. 어느 누가 느낄 수 있을까요.


      그래도 봄은 오듯이 세월은 바뀌듯이 애타는 우리의 마음을 하늘은
      읽으셨는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셨지요. 청소년기까지 치료를 해
      주어야 한다는 말에 천하를 얻은 것 같던 그 기분...아,누가 알까요.


      그렇게 해서 우리 아들은 18개월 때부터 병원생활을 시작해서 지금
      까지 일년이면 반을 병원에서 살아왔는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을 당신은 참으로 잘 견디어 주셨어요. 참으로 고맙습니다.


      주위의 모든 분들이 어렵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는 좋은 날만 올 거라
      고 우리를 위로해 주셨지요. 그러나 하늘은 우리를 그냥 놓아주지
      않았지요. 열심히 살아보려고 정말 열심히 살아보려 했는데 또 한
      번의 크나큰 고통.


      내 집을 마련해 보겠노라고 조합아파트를 신청했는데 계약금 중도금
      몸땅 사기 당해 버리고 말았지요. 이련 시련이 또 있을까요.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나쁘다는 소리 듣지 않고 그저
      욕심없이 착하게 살아왔는데.


      하늘은 우리를 미워하더군요.


      우리는 두 손 붙들고 엉엉 울면서 다시 살아보자고. 죽지 않으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지금부터 처음이라 생각하고 다시 살아보자고 맹세
      하면서 몇 날을 그렇게 울면서 살았지요. 아들의 병원생활. 또 그런
      어려움. 참으로 힘든 세상이었네요 .너무나 힘들어서 쉬고 싶은데 쉴
      수도 없는 당신과 나. 세월을 원망하면서 돌아오는 세월을 다시 붙들
      고 살아보겠노라고 다짐했지요.


      그렇게 우리 아들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동생
      하나 낳으라고 했지요. 동생 생기면 아들도 건강해 질 거라면서.


      그 말에 힘입어 우리는 예쁜 딸아이를 낳았지요. 정말 예쁜딸.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을.


      우리는 하루하루가 즐거웠지요. 행복했지요. 천하를 얻은 것 같은 마음.
      가진 것은 없지만 정말로 행복했지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때처럼
      행복하고 살맛나는 날은 없었던 것 같네요. 우리 딸이 뱃속에서 병원
      생활. 젖먹이 때 병원생활. 아장아장 걸으면서 병원생활. 오빠 때문에
      병원에서 살아온 시간이 집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것 같네요.


      그래도 우리는 참으로 잘 견디어 왔어요! 그래도 고마운 것은 우리 딸
      이 감기 한 번 앓지 않고 잘 자라 주는 것이었어요. 있는 재롱 없는
      재롱 다 피우며 우리를 웃고 살게 해주었지요. 동네 아줌마들도 여우
      라고 인천여우라고 다들 예뻐해 주시고 귀여워해 주셔서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자랐지요.


      유난히 멋부리기를 좋아하고 치마를 좋아하고 머리끈. 반지. 귀걸이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내 딸. 네 살 때 한글 읽고 쓰기를 끝내고 구구단을
      완벽하게 외우던 내 딸. 너무나 똑똑하게 자랐지요.


      정말 행복하다고 돈은 없지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하며 살아가던
      그 어느 날,또 한 번 하늘이 무너졌지요.


      그렇게 건강하던 내 딸이 감기 한 번 앓지 않던 내 딸이 오빠와 같은
      병명을 선고받았지요. 아! 누가 알리오? 하늘은 알까요. 날아다니는
      새들은 알까요. 우린 믿을 수가 없다고 아닐 거라고 부정하고 원망도
      해보았지만 현실이었지요.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움켜쥐며 그날 참으로 많이 울었지요. 그래서 병
      원생활이 또다시 시작되었고, 이제는 두 아이 모두 병원생활. 여덟 살,
      다섯 살. 서로 엄마를 차지하려고 엄마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지요


      셋이 한 침대에서 지낸 병원생활. 그런 세월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간호를 하던 그 시절. 그때 당신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병원생활
      하는 우리 셋한테 미안해서 두 다리 뻗고 이불 펴고 마음놓고 잘 수가
      없어서 베개만 놓고 잔다고. 드라마나 소설 같은 데서 하얀 밤을 지샜
      노라 하는 말을 당신은 겪어 보았노라고. 정말로 하얀 밤을 보냈노라고


      마음 편히 자본 적이 없노라고 했을 때 콧날은 시큰하고 찢어지는 가슴
      을 움켜쥐며 어찔할 바를 몰랐답니다. 당신, 정말로 마음 고생 많았습
      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무도 없는 빈방에 불도 켜지 않고 울던 날
      이 몇 날이던가요.


      저에게 그랬지요. 남들처럼 술이라도 마실 줄 알면 정신없이 마시고 미쳐
      버리고 싶다고. 그래서 날마다 병원에 전화하고 일주일이면 몇 번씩 먼길
      을 찾아오고.


      자식들보고 돌아갈 때면 울고 아이들은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서 울고.
      우리 식구 흘린 눈물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도 살아보려고 발버둥쳐도
      하늘은 절대로 우리를 그냥 놓아주지 않더군요.


      병원에서 지낸 지 6개월만에 하늘은 우리 딸을. 예쁜 우리 딸을 데려가
      고 말았지요. 당신과 내가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몸부림치며 붙잡았
      는데 무정한 하늘은 우리 딸을 데려가고야 말았지요. 참으로 힘든 세상,
      드라마나 소설에서도 볼수 없었던 너무나도 힘든 삶. 당신과 나 겪고
      말았네요.


      주위의 모든 사람들 이제는 좋은 날 있을 거라고 이보다 더한 일이 또
      있겠느냐고 힘내어 살아보라고 위로를 해주지만 그 누가 우리의 아픔을
      알까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하지만 당신과 나 말이 없어도 알 수 있잖
      아요. 힘내고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가요.


      사랑하는 우리 딸은 곁에 없지만 사랑하는 아들이 있잖아요. 우리 맹세
      했잖아요. 남은 아들 잘 키워서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모든 아이들 생각
      하며 도우며 살아가자고 그랬잖아요. 그것만을 우리 딸이 바랄 거라고..

      지금도 그 독한 항암제와 싸우고 있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잊을 수가 없어요.


      얼마전 당신의 지갑에서 우리 딸이 병원에서 아빠께 카드 보낸 걸 간직
      하고 계신 걸 우연히 읽게 되었어요.


      ' 아빠 읽어보세요. 아빠 생일 때 반지 사줄게요. 엄마 말 잘 듣고 오빠
      와 싸우지도 않고 있어요. 소뼈 국물도 잘 먹고 있어요. 빨리 나아서 아
      빠한테 갈게요. 아빠 집 잘 보고 있어요.'


      그 글을 당신은 얼마나 꺼내 보고 또 꺼내 보았는지 다 닳았더군요.
      우리딸은 항상 우리 곁에 있어요. 이제는 힘내세요. 우리 아들 잘 치료
      해서 훌륭하게 키우자고요.


      동생이 오빠 지켜줄 거예요. 잘 키워야 자신처럼 아픈 아이들 도우며 살
      수 있잖아요. 참으로 힘든 세월 잘 견디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병원생활을 더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힘들게 살았으니까 이제는
      하늘에서 보너스를 줄지도 몰라요. 분명 우리 아들 건강 되찾게 해줄
      거예요. 우리 악한 일 한 적 없잖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일만 하며 살자고 맹세했잖아요.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보자고요.


      가슴 시리도록 당신을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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