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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맛집 100곳] 서울 강북 지역

꿈에그린 2009. 12. 21. 17:46

[가볼 만한 맛집 100곳] 서울 강북 지역

●을지면옥(냉면)/중구 입정동

다른 냉면집에 비하면 을지면옥은 그다지 오래 된 집이 아니지만 드나드는 손님들의 나이대가 가장 높은 집일 듯하다. 그만큼 전통적인 냉면 맛을 구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냉면은 참으로 단순해 보이는 음식이다. 하지만 면과 국물만으로 빼어난 조합을 만들어내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을지면옥의 냉면(5500원)은 이런 단순한 조합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큼직한 스테인리스 대접에 담긴 면은 약간 위압적이다.

시각적으로 단순하다. 차가운 국물, 메밀로 뽑은 면, 그 위에 살짝 뿌려진 파와 고춧가루. 맑은 국물을 한모금, 입 안을 촉촉하게 적신 후 그 날 국물의 상태를 감안하면서 초와 겨자를 친다. 그러면 국물 맛이 화사하게 살아난다. 시원하고 개운한 쇠고기 육수의 느낌이 초와 겨자의 더해짐으로 향긋함을 지닌다. 면을 이빨 사이에 갖다 대면 메밀 특유의 투박함을 지닌 면이 약간은 꾸들꾸들한 느낌을 던지면서 툭 끊어진다. 간결하면서도 시원하고, 깊은 냉면 맛이다. 냉면을 먹기 전에는 제육(8000원)을 주문하는 것도 좋다. 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원한다면 주문할 때 미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 매콤한 양념장에 기름진 돼지고기 한 점 찍어먹으면 소주 생각이 절로 난다. 실제로 그렇게 혼자 드시는 이북 출신 노인분들도 많다.

▶ 찾아가는 길: 종로 3가에서 을지로 3가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대로 왼편에 간판이 보인다. 을지로 3가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 / 주차: 일방통행로라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 (02)2266-7052


●미스터 차우(홍콩요리)/중구 태평로

홍콩 번화가 음식점이 서울 한복판으로 이동했다.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1층 ‘미스터 차우(Mr.Chow)’. 전형적 홍콩 식당의 모양새다. 정면 유리창 뒤로 붉은 돼지고기 덩븜리, 갈색 통오리구이 등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런치세트(9000원)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일품요리 중 하나를 선택하면 볶음밥과 함께 접시에 담겨 나오고, 수프가 딸려 나온다. 일품요리는 요일별로 바뀐다.

홍콩의 대표적인 요리라고 하면 ‘차시우’(叉燒·베이징 표준어 발음으로는 차샤오·레귤러 1만1000원, 대 1만5000원)를 들 수 있다. 유리창 뒤에 걸려 있는 붉은 돼지고기가 바로 그것이다. 메뉴판에는 ‘바베큐 포크’로 적혀 있다. 돼지고기 목살에 꿀과 간장 등의 양념을 발라 구운 바비큐 요리다.

미스터 차우의 또다른 대표요리로는 ‘통오리구이’(레귤러 1만2000원, 대 1만6000원)가 있다. 감초, 월계수잎, 진피 등 13종의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를 고기에 잘 스미도록 재어 숙성시킨 후 통째로 오븐에 구웠다가 말리고, 다시 구웠다 말리는 과정을 두세 차례 반복한다. 25년 경력의 홍콩인 주방장 차우쉬만(周永文)씨의 특기라고 한다. 미스터 차우라는 음식점의 상호도 차우 주방장의 성(姓)에서 따온 것이다.

▶ 찾아가는 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1층 / 주차: 코리아나호텔 주차장 2시간 무료 이용 가능 / 카드: 가능 / 부가세 10% /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저녁 오후 5시~밤 10시 (토·일요일에는 오후에만 개점) / (02)730-5656


●하동관(곰탕)/중구 명동

정문과 후문 양쪽에 걸려 있는 간판에는 ‘곰탕 전문 하동관’이라고 적혀 있다. 설렁탕이 대세를 잡고 곰탕은 기세가 꺾였음에도 오로지 곰탕으로 50년 넘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집이다.

메뉴는 수육과 곰탕(보통 8000원, 특 10.000원)뿐이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바글거리는 사람들, 인근의 샐러리맨들은 다 몰려든 듯 넥타이 부대들도 많다.

가게 안에는 오랫동안 밴 기름진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점심시간에 합석은 기본, 자리에 앉아 식권을 내주면 누런 놋쇠대접에 담긴 곰탕을 들고 온다. 그릇이 무척 뜨거운데도 스스럼없이 손으로 들어서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많은 이들이 “가끔은 손톱 맛으로 먹는 거죠”라며 농담삼아 이야기한다. 흰 가운을 입은 남정네들이 서빙을 담당하므로 동작들이 거침이 없다.

국물에는 기름기가 동동 떠있고, 뽀얀 국물에서는 쇠고기 국물 냄새가 풍긴다. 양지머리, 내장, 뼈 등을 계속 끓여낸 진국이다. 소금 간만 하는 걸로 모자라면 ‘깍국’을 더 요청하면 된다. 깍두기 국물을 줄여 부르는 이 집만의 은어인데, 주전자에 담아와서 따라준다. 맑은 국물과 적당히 익은 깍두기 국물 맛이 잘 어울린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영업하고 오후 4시 정도면 문을 닫아 버린다. 곰탕 한 그릇 얻어먹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 찾아가는 길: 을지로입구역에서 외환은행 본점 쪽으로 가면 오른편에 명동으로 꺾어진 골목이 있다. 이 길을 따라 30m 정도 들어가면 왼쪽에 간판 / 주차: 골목안이라 어려움 / 선불을 하면 식권을 준다. 딴 데서는 보기 드문 시스템이다. /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4시 / (02)776-5656


●평안도집(족발)/중구 장충동

장충동 족발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장충동은 족발로 유명하고, 족발집들 또한 많다. 근처에 있는 가게들이 다 몇십 년씩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어서 여러 집들이 오랫동안 경쟁을 벌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장충동 족발촌의 맛도 유지가 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이 동네를 주름잡아온 할머니들은 대부분 이북 출신이다. 돼지고기 다루는 솜씨는 이남보다 이북 쪽이 훨씬 나았던 것도 족발집들이 유명해진 이유다.

평안도집에는 오랫동안 족발을 삶아온 솥이 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건 족발을 삶으면 항상 같은 맛이 나도록 유지해주는 족발 삶는 국물이다. 족발에서 빠져 나오는 기름기와 양념 맛으로 간이 유지된다. 시원스런 주인 할머니가 족발을 씩씩하게 썰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맛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썰어낸 족발은 야들야들하고, 쫄깃쫄깃하다. 겉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발그레한 족발들, 보기 좋게 가지런히 썰어낸 족발이 쟁반에 담겨 나온다. 족발 자체가 먹을 게 많고, 뼈를 잡고 뜯어 먹는 재미까지 있으니 소주 한 잔 곁들여 먹기에는 참으로 푸짐한 안주거리답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식 족발을 먹다 보면 독일식의 아이스바인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들에게 추천해도 경쟁력 있는 음식이 아닐까.

▶ 찾아가는 길: 장충동 족발집 촌 좁은 골목 안쪽으로 간판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1시 / (02)2279-9759


●라 컨티넨탈(프렌치 레스토랑)/중구 장충동

라 컨티넨탈은 신라호텔이 내세우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입구에서부터 고급스러우면서도 웅장한 분위기가 강조되어 있다. 동쪽으로는확 트인 경관이 시야에 들어온다. 신라호텔 꼭대기 층에서 전망을 즐기며 우아한 식사를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전채로는 프와그라가 괜찮다. 차가운 쪽으로는 테린(2만 8000원)이 있으며, 따뜻한 쪽으로는 소테(2만 9500원)가 있다. 사과를 곁들인 소테는 프와그라의 기름진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캐비어나 달팽이 요리 등 전통적인 프랑스 전채 요리들이 다 준비되어 있다. 바닷가재 카푸치노 수프(1만 4500원)는 가재 향이 물씬 풍긴다. 수프뿐만 아니라 해산물 요리 중에서도 바닷가재가 인기다. 구이, 스팀, 그라탕식으로 고를 수 있는 세 가지 스타일의 바닷가재 요리가 있다.

메인으로는 샤토브리앙이 꽃이다. 쇠고기의 최고급 부위를 살짝 레어로 익힌 샤토브리앙은 입에서 부드럽게 녹는 듯한 스테이크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손님들 앞에서 계절에 어울리는 과일들을 직접 팬에 익혀주는 과일 플랑베(1만 6000원)는 낭만적인 정취를 안겨다 준다. 와인을 곁들인 캔들 디너라면 어디보다도 낭만성은 더 두드러진다.

라 컨티넨탈의 가장 큰 장점은 서비스다. 확 트인 홀 전체를 움직이는 웨이터들의 동작들이 보기 좋다.

▶ 찾아가는 길: 신라호텔 23층 / 주차: 호텔주차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낮 12시~2시30분, 저녁 6시~10시 / (02)2233-3131


●아리아께(초밥)/중구 장충동

아리아께(有明)는 국내 최고의 초밥 요리사 중 한 명인 안효주 쉐프가 이끄는 신라호텔 일식당이다. 안효주의 강한 카리스마가 음식 전반에 전해지기 때문에 음식 전체에 통일성이 깊게 느껴진다. 무척 세심한 체크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멋있는 요리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요리를 만들 때다. 초밥 다이에 있을 때 안효주의 모습은 훨씬 더 빛을 발한다. 마주 앉아서 초밥을 청해보면 초밥을 잘 쥔다는 사실이 그대로 느껴진다. 손님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건 물론, 하다 못해 손님의 입 크기를 보면서 초밥을 쥐는 사이즈를 조정하는 정도는 초밥 요리사라면 당연한 일이다. 다른 식당에 비하면 밥과 회의 비율도 적당하다.

초밥용 회를 따라 섬세한 칼집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초밥을 먹었을 때 입안에 전달되는 촉감은 훨씬 더 뛰어나게 느껴진다. 계절에 따라 상차림의 변화가 무쌍한 회석요리는 일본 요리의 진수들로 엮어진다. 전채, 맑은 국, 회, 구이, 조림, 초회, 식사 등으로 이어지며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곤 한다. 도미머리조림이나 다양한 덮밥 종류, 가벼운 오차즈케까지 상당수의 메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호텔 음식점이라 비싸다는 점은 아쉽지만 일본적인 전통미를 맛볼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신라호텔 3층 / 주차: 호텔주차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낮 12시~2시30분, 저녁 6시~10시 / (02)2233-3131


●진고개(팔도 음식)/중구 충무로3가

‘팔도 음식 전문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까, 다양한 메뉴들이 하나같이 개성을 지닌 맛을 내는 집이다. 모든 음식들이 다 제 맛을 내고 있어서 짜임새 있게 주문을 하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메뉴 중 하나가 보쌈김치(3000원)이다. 왜 김치를 따로 주문하겠느냐 할 수도 있지만 보쌈김치를 하나 추가 주문하면 밥상의 규모가 달라진다. 배춧잎을 펼치면 밤, 대추, 잣, 인삼, 동태 등 다양한 재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매운 맛과 달콤한 맛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쌈에서 드러나듯이 진고개 음식은 매운 맛과 단 맛이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게장정식(1만 2000원)은 매운 맛의 극단에 있고, 갈비찜(1만 3000원)은 부드럽고 달콤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 사이를 시원하고 매콤한 오이소박이(6000원)라든가 산뜻한 된장찌개(8000원) 등이 지키고 있다. 매운 양념이 입안을 달아오르게 하는 게장, 들큰한 국물 속에 든 고기들이 재빨리 녹아버리는 갈비찜, 부추와 배 등으로 속을 채운 오이소박이 아삭거림, 쇠고기와 소라가 한 냄비에서 만나는 된장찌개 등 어느 걸 주문해도 만족스럽다. 평양의 전통음식인 어복쟁반(2만 7000원)을 시켜놓고 뜨거운 국물 속에서 익어 가는 고기들을 건져가며 먹다보면 시간이 빨리도 간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무생채의 시원함은 단순하면서도 씹는 묘미가 있다.

▶ 찾아가는 길: 충무로 전철역에서 스카라 극장 쪽으로 가다보면 왼쪽 대로변 / 주차: 유료주차장 이용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0시·매월 1, 3주 일요일 휴무 / (02)2266-5689


●원할머니 보쌈(보쌈)/중구 황학동

예전에 허름했던 낡은 건물과 드럼통으로 만든 식탁이 있던 원할머니 보쌈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 위치에서 80m 정도 떨어진 곳에 떡 벌어진 건물을 새로 짓고 이사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모든 것들이 이렇게 변해 가는 것일까. 서울 시내 곳곳에 깔려있는 원할머니 보쌈 체인점을 생각하고 본점의 맛을 예상한다면 오산이다. 맛이 천양지차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돼지고기와 보쌈김치의 맛은 예전과 별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보쌈김치의 내용물은 더 풍성해진 느낌이다. 예전에 보쌈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던 메뉴는 맛보쌈(1만 6000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돼지고기 부위는 주로 사태와 삼겹살이다.

사태는 살이 많은 쪽, 삼겹살은 기름이 많은 쪽이다. 두 가지를 ‘섞어서’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다. 돼지고기 삶는 실력은 뛰어나다. 여기에 굴과 밤, 그리고 무가 들어간 보쌈김치 맛은 맵고 강하다. 육질이 풍부한 돼지고기와 김치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예전에는 보쌈 한 가지밖에 없었으나 이사 이후에는 메뉴가 더 늘어났다.

보쌈, 녹두전, 족발, 야채 등이 큼지막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 한바탕 보쌈(3인 기준 3만 2000원)처럼 버라이어티한 메뉴도 생겨났다. 저녁 때는 여전히 줄을 서야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 찾아가는 길: 청계 8가 사거리에서 우회전 왕십리 쪽으로 150m 정도 가다보면 대로변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1시 / (02)2238-3836


●진주회관(콩국수·김치볶음밥)/중구 서소문동

무더운 여름철에는 개장국이나 삼계탕 등 뜨거운 음식으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하지만, 시원한 콩국수 국물 한모금으로도 더위가 잊혀진다. 많은 이들이 장안 최강의 콩국수집으로 꼽는 곳이 진주회관이다.

서울풍의 맑은 콩국수가 아니라 너무 무겁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농도가 짙은 국물은 다른 식당에서는 보기 힘든 맛이다.

언제 가도 한결같이 걸쭉한 콩국물이 대접에 가득 채워져서 등장한다. 질퍽한 콩국물을 내기 위해서 항상 강원도의 계약 농가에서 대주는 콩을 받아서 갈아낸다고 한다. 노릇노릇한 콩국물은 구수하고 담백하다. 그 안에 면이 듬뿍 들어있다. 면과 국물 이외에 그릇에 담겨있는 건 없다. 극도로 단순한 맛의 미학은 이처럼 냉정한 면과 국물의 충돌에서 나온다. 좋은 콩을 잘 삶아낸 국물 맛과 쫄깃쫄깃한 면의 어울림이 아주 좋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건 손님의 몫이다.

진주회관의 콩국수에서 여름을 잊는다면, 겨울철은 다른 매력적인 메뉴로 채워진다. 납작한 냄비에서 볶아내는 김치볶음밥이다. 잘 익은 김치와 몇 가지 야채를 넣고 즉석에서 볶아주는데 적당히 매콤새콤한, 맛의 밸런스가 좋은 음식이다. 점심시간이면 언제나 손님들이 북적거린다. 기다리는 손님들도 많다.

▶ 찾아가는 길: 태평로 삼성플라자 뒤쪽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바쁜 점심시간에는 주로 선금을 받는다 /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 (02)753-5388


●진까스(돈가스)/중구 명동 2가

돈가스처럼 고기를 튀긴 요리라면 비엔나 슈니첼 같은 오스트리아 음식을 원조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 튀김을, 특히 돼지고기를 돈가스라는 이름으로 경이적인 대중화를 이루어낸 건 일본인들의 솜씨다. 자고로 명동하면 유서 깊은 돈가스집이 많은 곳이다.

재일교포인 주인은 정통 일본풍의 메뉴를 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호 그대로 메뉴 이름을 붙인 진까스(8800원)는 돼지고기 목살의 묵직한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맛이 풍부한 목살과 잘 튀겨낸 튀김옷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남성적인 맛이다. 그에 비하면 히레까스(7800원)는 부위 자체가 부드러운 안심을 써서 바삭거리는 튀김옷과의 가벼운 조화를 이끌어내면서 여성적인 느낌을 준다. 튀김 요리다 보니 기름의 중요성이 아주 크다. 콩기름을 쓰는데 사용한 기름과 새 기름의 비율을 잘 조절함으로써 튀김 자체의 싱싱한 느낌이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 바삭바삭거리는 튀김옷, 질 좋은 고기, 그리고 콩기름이 잘 만나야 맛있는 튀김이 완성된다.

안심과 생선, 단호박, 오징어, 양파, 새우 튀김에 고로케까지 나오는 모듬까스(1만 2000원)면 이 집의 모든 튀김 요리들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도 있다. 지금은 거의 멸종해버린 고로케도 쇠고기, 감자, 카레 등 세 가지가 있다. 하나씩 사서 먹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명동 사보이 호텔 뒤쪽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 (02)777-0741


●장호 왕곱창(김치찌개)/중구 순화동

김치찌개에 관한 한 이 집은 가장 많은 마니아 단골들을 확보하고 있는 집이다. 그들이 마니아일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년 내내 줄을 서서 기다리다 먹고 가기 때문이다.

가을로 접븜들면 이 집은 오전 11시20분부터 김치찌개 한 냄비를 먹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다.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하려면 아침밥을 먹은 배가 꺼지기도 전인 11시20분 이전에 가야 한다. 점심식사 시간 후반에는 ‘짤라’가 다 떨어지기 때문에 단골들은 일찍 가서 ‘짤라’를 하나 주문하고 한 점씩 집어 먹어가면서 찌개가 다 끓기를 기다린다.

소 내장을 싹둑싹둑 자른 거라 짤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무척 잘 삶아서 부드러움이 넘친다. 김치찌개는 언제나 일정한 맛이다. 신김치, 돼지고기, 두부, 거기에 양파와 마늘을 넣어 만들어내는 맛은 기본적으로 항상 적당하게 익어있는 김치의 맛에서 기인한다. 맛있는 신김치가 뿜어내는 김치찌개가 참으로 개운하다. 김치찌개를 무덥게 팔팔 끓이는데도 냉방시설은 없고(그나마 작은 유리창 뿐이다), 예약도 안 되고, 신용카드도 못 쓰고, 전화도 없고, 비좁은 데서 고생을 하고 나면 옷에는 찌개 냄새가 깊이 밴다. 그래도 가는 이유가 있는 집이니 달리 할 말이 없다.

▶ 찾아가는 길: 호암아트홀 건너편 고가 밑 / 주차: 어려움 / 계산은 식사 후에 현금을 받는다. / 전화는 되지 않는다.


●송원(복어)/중구 소공동

복어는 겨울을 빛내는 생선 중 하나다. 어느 일식집에서나 겨울이 오면 습관적으로 복어를 특선 요리로 낸다. 그만큼 복어에는 차가운 겨울이라는 계절 감각이 담겨있다.

복지리를 끓이면서 히레사케(복어 지느러미 술)를 마시노라면 뱃속이 뜨거워진다. 다시마와 조개 등 해산물로 낸 국물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보글보글 끓이면서 복어 몇 토막과 야채들을 집어넣는다. 표고나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파, 배추, 두부, 쑥갓 등 먼저 익는 야채부터 먹고 나면 복어가 다 익는다.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육질을 잘 느낄 수 있는 복어를 가시까지 잘 발라서 먹고 나면 죽을 끓인다. 남은 국물에 밥을 넣고 졸여가면서 쑨 복죽 한 그릇 먹고 나면 배가 듬직해진다.

송원의 주인 할아버지는 일본 시모노세키 복요리협회에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복어 요리로는 유명한 양반이다. 복 요리 전문점답게 복어 풀 코스 요리도 갖추어져 있다. 복어 수육, 회, 초회, 이리, 머리 튀김, 지리, 죽으로 이어지는 코스 요리는 호사스러운 식탁의 극치 중 하나다. 맹독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단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 복어. 일본인 관광객들도 자국보다 훨씬 저렴한 복어 요리를 먹으러 많이 찾는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댓병 크기의 청주 병들이 장식되어 있다.

▶ 찾아가는 길: 플라자호텔 뒤편 골목 안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 (02)755-3979


●왕성식당(갈치조림)/중구 남창동

왕성식당은 아침 일찍부터 시장 사람들의 식사 배달로 아침을 여는 집이다. 1988년 문을 열었는데, 이래로 왕성식당이 있는 좁은 골목은 남대문시장의 먹자골목을 대표하는 갈치조림 골목으로 자리잡았다. 야무진 얼굴의 주인 아줌마는 화끈한 솜씨로 손님들의 입맛을 휘어잡았다. 점심시간 전부터 손님들이 대여섯 개밖에 없는 테이블을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점심시간은 오후 두 시쯤까지 뜨거운 불과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손님들 상보랴, 주변 상점들에 배달나가랴 정신이 없이. 갈치조림은 이 집의 간판 메뉴다. 오랫동안 써온 투박한 뚝배기에 2인분(1만원)씩 담겨 나온다. 뚝배기 바닥에는 무를 깔아 놓고 그 위에 갈치 몇토막 그리고 어슷썬 파와 파란 고추를 송송 썰어 넣었다. 무와 갈치에는 양념이 잘 스며들었다. 벌건 국물이 자아내는 강한 매콤함이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준다.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갈치에 너무 기대하진 마시길. 이 집은 무난한 갈치를 화끈한 양념 맛으로 시원하게 요리하는 집이니까. 라면부터 찌개류 등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 김치볶음(4000원)을 곁들여 먹으면 입맛을 돋우기에 좋고, 직접 띄우는 청국장(4000원)도 구수한 맛을 뽐낸다.

▶ 찾아가는 길: 남대문시장 남대문쪽 입구에서 100m 정도 따라 들어가다 남대문 신발집 골목안 / 주차: 어려움 / 저렴한 가격의 시장통 밥집이라 다 현금으로 계산한다 / 영업시간: 오전 6시~오후 8시 / (02)752-9476


●송죽(죽)/중구 필동1가

서울 시내에서 죽으로 유명한 식당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여의도의 대여와 충무로의 송죽이다. 죽이라는 음식은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막상 잘 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음식인 탓이다. 그만큼 정성이 반영되어야 맛있는 죽이 나온다. 죽 전문점답게 이 집의 모든 메뉴는 죽이다.

전복죽을 필두로 닭죽, 버섯굴죽, 야채죽, 인삼죽, 잣죽 등이 있다. 전복죽은 제주도처럼 진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스타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서울풍의 전복죽이다. 말끔한 맛이 강점이다. 닭죽이나 버섯굴죽도 먹어보면 속에 아무런 부담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부드럽다.

전반적으로 모든 죽들이 가볍고 산뜻하다. 이 집 죽의 특징은 계란 노른자, 김가루, 그리고 깻가루가 죽 한가운데 얹어져 나온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죽 자체의 순수함과 맛을 깰 수도 있으므로 입맛에 맞지 않는 손님은 미리 빼달라고 하는 게 낫다. 죽과 함께 나오는 반찬들도 단출하다. 물김치 한 그릇과 함께 배추김치, 콩나물, 꼴뚜기 젓갈이 나온다. 죽에 비하면 반찬들은 단순한 맛이라 조금 아쉽다.

아침식사를 하는 손님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도 일본인 관광객들이 더 많다. 여기저기서 일본 말소리가 들리고, 가이드들까지 왔다갔다 하는 통에 무척이나 복잡하다.

▶ 찾아가는 길: 충무로 극동빌딩 뒤편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9시30분 / (02)2265-5129


●시즌스(프랑스 요리)/중구 남대문로 5가

힐튼호텔 시즌스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외국계 호텔의 총주방장 직에 오른 박효남 쉐프가 이끄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일년 내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에 어울리는 요리들이 바뀐다. 프렌치식 조리방법에 동양적인 재료를 써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경우도 많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은 알래스카 세트메뉴(9만 8000원)가 준비되어 있다.

갑각류나 생선 맛이 좋을 때이기 때문이다. 게와 아보카도 샐러드, 가리비, 올리브 오일에 절인 연어, 프와그라 소테와 함께 나오는 대구 구이 등이 미각을 돋운다. 박효남 쉐프는 고기보다 생선으로 요리하는 걸 즐기는 편이라 생선 요리에 보다 강세가 보인다. 점심 세트(4만 2000원)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서 가끔씩 프렌치 정찬을 즐겨볼 만하다.

애피타이저, 수프, 메인 디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즈와 디저트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메인 디시는 생선, 오리, 양고기, 쇠고기 등 매일 세 가지 정도를 제안하고 그 중에서 고르면 된다. 와인 한 잔이 서비스로 곁들여진다. 제대로 먹으려면 저녁시간에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박효남 쉐프의 솜씨를 즐기는 게 더 낫다. 아늑한 분위기다. 점심 때는 편한 복장도 괜찮지만 저녁 때는 재킷을 입고 가는 게 낫다.

▶ 찾아가는 길: 중구 남대문로5가 힐튼호텔 1층 / 주차: 호텔주차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11시30분~2시30분, 저녁 6시~10시30분 / (02)317-3114


●송죽헌(남도 밥상)/종로구 운니동

송죽헌은 전통적인 남도의 밥상을 구현하는 집이다. 전통적인 한상 차림은 아니고 풀 코스로 이어지는 스타일이지만 처음 올라오는 음식부터 마지막 음식까지 먹다 보면 남도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남도일미(南道一味)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그마한 옥상에는 장독들이 있다. 거기서 햇살을 받으며 익어 가는 장 맛이 밥상의 중심을 잡아주고, 송죽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유의 젓갈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식사는 수수떡과 까만 깨죽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동치미와 물김치가 나온다. 편하고 부담없이 위장에 신호를 보낸 후 음식들이 제대로 이어진다. 구절판의 아홉 가지 재료를 쌈에 싸먹으면서 탱탱한 전복회가 씹히는 느낌을 즐긴다.

전과 불고기, 장어구이 등과 더불어 홍어찜이 나온다. 남도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답게 그리고 그 재료를 잘 다루는 집답게 홍어의 맛이 좋다. 하지만 예전처럼 많이 삭히지 않으므로 더 삭힌 홍어를 원하는 마니아라면 주문할 때 식성을 미리 얘기해두는 게 낫다.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밥과 반찬이다. 그 반찬이라는 것이 굴비와 무 장아찌, 그리고 무지개처럼 서로 다른 맛을 선사하는 일곱 가지 젓갈이다.

토하, 진석화, 꼴뚜기, 납새기, 전복창, 돔베젓 등 다양한 맛들은 흐르는 세월을 담고 있다. 일인당 점심 3만 5000원, 저녁 5만 5000원씩을 받는다.

▶ 찾아가는 길: 창덕궁 앞 삼환빌딩 옆 골목을 따라 70m 정도 들어감 / 주차: 골목길과 인근 주차장에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 (02)763-4234


●토속촌(삼계탕)/종로구 체부동

서울 장안에서 가장 맛있는 삼계탕 집을 꼽는다면 아마도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을 곳이 토속촌이라는 생각이 든다. 꽤 큰 기와집 한 채 전부를 식당으로 쓰며, 식당이 속해 있는 골목 전체가 이 집의 주차장같이 느껴지는 기업형 삼계탕집이다.

국물은 무척 묵직한 편이다. 기름지며 걸쭉하고, 진하다. 가벼운 삼계탕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버거울 정도로 짙은 맛을 낸다. 닭은 다른 집에 비하면 아주 크다. 씨알이 굵은 놈을 사용하므로 닭 자체의 맛도 풍부하다. 영계를 써서 부드러운 맛을 내는 집들에 비하면 닭이 제대로다.

뜨거운 국물 속에 푹 익어있는 상태지만 닭고기의 쫄깃쫄깃한 육질을 느낄 수 있다. 내용물들도 풍부한 편이다. 4년근 정도라는 꽤 큰 삼을 비롯해서 마늘, 생강, 대추, 밤 등 일반적인 삼계탕(1만 1000원)에 들어가야 할 재료들이 제대로 들어가 있다. 일반 닭 외에 오골계를 쓰는 삼계탕(1만 7000원)도 있고, 옻닭이나 백숙 등 다양한 닭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집이다. 같이 나오는 김치와 깍두기는 약간 달게 느껴진다. 손님층은 아주 다양하다. 우리나라 사람들부터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쉴새없이 북적거린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힘든 경우도 있으니 상황을 감안하는 게 낫다.

▶ 찾아가는 길: 경복궁 전철역에서 세검정을 향해 150m 정도 가다보면 대로 왼쪽에 큰 간판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 (02)737-7444


●진할매 원조 닭집(닭 한 마리)/종로구 종로 5가

동대문시장 뒷골목은 서울 시내에 우후죽순으로 퍼진, 이른바 ‘닭 한 마리’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세숫대야에서 목욕하는 닭고기의 원조격인 동네다. 좁다란 골목 안을 비집고 들어가면 닭 한 마리 전문 식당들이 여럿 보인다. 그 중 원조가 형광등 불빛 아래서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 진할매 원조 닭집이다. 커다란 양푼에는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담겨있고, 살 토막 사이에는 감자 한 쪽이 끼워져 있다. 끓어오르는 국물 위에서는 대파 몇 쪽이 부유하고 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돈을 따로 내야 한다. 가래떡이나 감자도 그렇고, 닭을 다 먹은 다음에 주문해야 하는 사리나 공기밥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맛있는 닭 한 마리를 먹기 위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닭이 푹 삶아진 후에는 직접 가위질을 해서 먹어야 한다. 손목 힘이 좋고 닭 자르는 솜씨가 좋은 친구를 한 명 데리고 가면 이 집의 맛은 더욱 좋아진다. 관절 부위에 가위를 넣고 뚝뚝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고추 양념장과 간장, 식초, 겨자를 버무려 양념장도 만들어야 한다. 매운 비빔냉면을 먹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 번밖에 팔아주지 않는’ 사리로 배를 채우고, 목이 마르면 물을 따라다 먹어야 한다. 셀프 서비스다. 날씨가 화창한 날보다는 비오는 날 가서 뜨끈뜨끈하게 끓여먹는 닭 한 마리는 더욱 묘미가 있다.

▶ 찾아가는 길: 종로 6가와 청계천 사이 동대문시장 안 먹자 골목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30분 / (02)2275-9666


●큰기와집(반가음식)/종로구 소격동

큰기와집은 반가(班家) 음식을 전문으로 내는 집이다. 문을 연 지 4년 정도 됐고 작년 연말에 지금의 위치로 이사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 전체에 틀이 잡혀서 예전에 비하면 훨씬 좋은 맛을 끄집어내고 있다. 식당을 개업하기 전부터 장을 담그면서 준비하기 시작한 게 세월이 쌓일수록 우리 음식의 안정적인 맛, 깊은 맛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장을 기본으로 해서 전반적인 음식의 간을 잡아주고, 건강식이면서 우리 음식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나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급 호텔 주방에서도 일했지만 어머니의 솜씨를 이어받았다는 한영용 사장의 솜씨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건 자신이 어릴 때부터 먹어온 ‘청주 한씨 300년 전통 진게장 정식’이다. 하얀 청포묵과 함께 노란꽃이 나오는데, 이는 원추리꽃이다. 한씨 집안의 음식에는 항상 쓰여왔던 상징과도 같은 원추리꽃은 항상 액센트로 사용되고, 다른 재료들을 통해서는 계절감을 담아내려 한다.

게장은 산 게를 간장에 담가두어서 온몸에 간이 골고루 배게 한 후 건고추, 통마늘, 생강 등을 넣고 끓이면서 간을 맞춘다. 식탁에 오르는 게장에는 굴과 감태가 들어있어서 맛을 더한다. 김 한 장을 굽는 것도 신경을 꽤 썼다. 그런 데서 우리 음식 맛의 장점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찾아가는 길: 삼청동 길을 향해 올라가다가 정독도서관 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국군수도병원 앞 / 주차: 가게 앞에 7대까지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12시~3시, 저녁 7시~9시30분 / (02)722-9024


●디마떼오(이태리 피자)/ 종로구 동숭동

디마떼오는 나폴리에 있는 유명한 피자 전문점이 이름이다. 그 이름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디마떼오는 맛있는 피자를 구경하기 힘든 강북에서 가장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화덕 앞에는 이태리에서 온 요리사들이 힘찬 동작으로 피자를 굽는다. 가까이만 가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화덕에서 직접 반죽한 도우를 넣고 구워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당긴다.

피자 메뉴는 25가지 정도가 있다. 알마이스는 모짜렐라와 옥수수, 생크림이 올라간 부드러운 스타일이며, 디아블로는 토마토와 모짜렐라에 페퍼로니 등을 얹은 매콤한 맛의 피자다. 가볍게 주문하기에 좋은 아이템들이다. 좀더 묵직한 맛을 원한다면 상호를 그대로 붙인 디마떼오는 어떨까. 토마토, 모짜렐라 외에 돼지고기와 마늘, 바실리코 등이 들어간 듬직한 맛의 피자다. 아니면 고곤졸라, 그라나 파다나, 에멘탈, 모짜렐라 등 다양한 치즈를 넣은 꽈트로 포르마지 같은 피자도 모험적인 사람들의 구미에 어울릴 것이다. 도우는 매력적이다.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토핑도 중요하지만 역시 피자 맛의 핵심은 도우에 있다. 피클도 나오지 않는 정통 이태리식이다. 개그맨에서 레스토랑 경영자로 성공한 이원승씨는 웃으면서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종업원들의 서비스는 그렇지가 못하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 찾아가는 길: 마로니에 공원 뒤쪽 골목 안 / 주차: 식당 옆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할인 혜택을 준다.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 (02)747-4444


●기조암(수타 우동)/종로구 동숭동

서울에서 우동 맛 안다 하는 사람치고 기조암을 거쳐가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수타(手打) 우동을 전문으로 내건 집답게 면 맛이 무척 훌륭한 집으로 일본 풍의 정통적인 우동 맛을 선사한다.

가마뎅(8000원) 한 그릇이면 전형적인 사누끼 우동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면은 언제나 50cm 정도의 길이로 뽑는데, 면의 한쪽 끝은 입에 걸쳐놓고 다른 한쪽 끝은 위장에 닿을 듯이 목구멍을 통과시키듯이 끊지 않고 먹는 게 제대로 된 방법이다. 따뜻한 우동을 메밀 소스에 찍어서 그렇게 먹으면 탄력 좋은 면발의 감촉이 입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일본에서 면 맛을 들여오면서도 몇 가지 메뉴에서는 한국적인 시도를 한다. 김치우동(7500원)과 육개장우동이 대표적이다. 면 맛은 그대로이면서 국물 맛을 낼 때는 우리 음식의 재료를 강하게 받아들였다. 둘 다 얼큰한 국물 맛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이 집 음식의 전반적인 수준을 한꺼번에 만끽하려면 모듬 정식(1만 5500원)을 권할 만하다. 차가운 메밀 면과 우동 면이 같이 나오고, 뜨거운 우동, 약밥처럼 눌러서 만든 밥, 몇가지 튀김, 새우 튀김이 들어간 나베 등이 다 같이 나온다. 여름에는 차가운 자루소바와 겨울에는 뜨거운 우동 국물이 어울린다.

▶ 찾아가는 길: 대학로 KFC 옆 골목으로 들어가서 골목 끝 막다른 지점에서 우회전하면 왼쪽에 간판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30분 / (02)766-6100


●르 생떽스(프렌치 요리)/용산구 이태원동

프렌치 요리가 사람들을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건 일견 딱딱해 보이는 절차와 격식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손님들에게 우아함을 요구한다면, 르 생떽스는 편한 마음으로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비스트로에 가깝다.

작은 칠판에는 사흘에 한 번 정도로 바뀌는 ‘오늘의 요리’(Plat du Jour)가 적혀있다. 손님들이 메뉴에 대해 물어보면 종업원이 아예 칠판을 통째로 들고 와서 테이블 앞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주방장은 프랑스 남부 출신이다. 남불 스타일은 약간 가벼운 듯하면서도 싱싱하고 푸짐하다.

메뉴에는 그런 지역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특히 싱싱하고 다양한 야채 종류들을 쓰는 샐러드는 남불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애피타이저와 샐러드, 메인 디시, 그리고 디저트 중에서 자기 양에 맞춰 골라서 주문하면 된다. 메뉴 전체를 세트화 함으로써 적당한 가격임에도 괜찮은 재료로 음식을 장만할 수 있는 것이다. 과일 파이와 초콜릿 무스 등 디저트들도 몇 가지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서 자기를 선택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색적인 풍경이다. 와인 리스트도 좋다. 싸고 개성이 넘치는 와인들이 있어서 음식과 와인을 곁들여 먹어도 두 사람이 10만원 이내에 먹고 마실 수 있다. 생떽스라는 상호는 여행을 사랑했고, 꿈을 먹고 살았던 작가 생텍쥐페리의 이름에서 따왔다.

▶ 찾아가는 길: 해밀턴호텔 바로 뒷골목 / 주차: 인근 유료주차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12시~3시, 저녁 7시~9시30분 / (02)795-2465


●일미(장어)/용산구 동자동

‘장어는 연기와 냄새로 장사를 한다’는 일본 옛말이 있다. 서울역 건너편 벽산빌딩 뒷골목을 따라 걸어 들어오다 보면 이 일본 옛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올해로 20년째 숯불에 장어를 굽고 있는 음식점 ‘일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미(一味)라는 상호처럼 이 식당의 메뉴는 달랑 ‘장어정식’(1만6000원) 하나뿐이다. 장어정식을 주문하면 각종 밑반찬과 함께 장어뼈 튀김이 나온다. 바싹 튀긴 장어뼈는 짭짤하면서도 오독오독 씹는 맛이 그만이다.

장어뼈를 씹는 동안 숯불이 테이블 가운데 놓이고 그 위로 장어가 1인당 한 마리씩 나온다. 장어뼈, 간장, 술 등을 고아 만든 양념장을 발라 굽는 것이 일반적이나, 일미에서는 소금구이뿐이다. 장어는 먹기 알맞을 정도로 미리 구워져 있다. 숯불은 장어가 식지 않도록 데워 가며 먹기 위한 것이다. 기름기가 빠지고 담백해서 추가 주문(1만6000원)으로 한 마리를 더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집에서 장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비빔밥. 장어를 한두점 먹고 있노라면 국그릇만한 사발에 밥이 담겨 나온다. 밥 위에는 장어구이 양념장이 뿌려져 있다. 여기에 장어구이를 양껏 얹고 간장에 무친 부추를 듬뿍 더한 후 비벼 먹는다. 부드러운 장어살과 양념장과 장어기름이 밥에 배어들면서 만들어내는 조화가 기막히다. 맵싸한 부추의 뒷마무리도 훌륭하다.

▶ 찾아가는 길: 서울역 건너편 벽산빌딩 뒷골목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일요일·공휴일은 쉼) / (02)777-4380


●개성집(조랭이떡국)/동대문구 용두 2동

예로부터 음식 맛있기로 가장 유명한 도시로 개성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러한 도시의 전통에 걸맞게 개성이라는 상호를 내건 집이라면 일단 다른 집에 비해서 실패 확률이 적다. 그만큼 개성 손맛은 뛰어난 편이다. 개성집이라는 상호를 내건 집 중에서도 이 집은 가장 깊은 맛을 낸다.

식사를 하기 전에 순대 한 접시(9000원)로 시작을 하는 건 어떨까. 속을 알차게 채운 시골 순대 맛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니면 기름진 동그랑땡으로 입맛을 돋우는 것도 좋다. 메뉴에 오이(2000원)라고 적혀있는 오이소박이는 꼭 시켜야 한다. 국물은 언제나 시원하고 오이는 아작아작 잘 씹히도록, 그야말로 잘 익혔다. 입안에서 씹히는 감촉이 오이 자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개성의 전통적인 맛이라면 역시 조랭이떡국(7000원)을 상에 올려야 한다. 담백한 국물과 그 안에 든 하얀 눈사람 모양의 앙증맞은 조랭이떡은 개성의 맛을 상징하는 듯하다. 곰탕이나 양곰탕이나 담백한 국물 맛으로 속을 푸근하게 해준다. 한상(4만 5000원)을 시키면 네 사람 정도 먹기에 적당한 풀 코스다. 순대, 만두, 동그랑땡, 파전, 오이, 북어찜 등이 주르르 이어지기 때문이다. 개성 출신 할머니가 만들어 내는 소박한 맛은 고향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 찾아가는 길: 신설동 사거리에서 대광고등학교를 지나서 안암동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 골목 안. 미리 전화를 해 위치를 알아보는 게 낫다. / 주차: 골목길에 가능하나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 (02)923-6779


●구성집(제육볶음)/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먹자골목에 있는 자그마한 식당 구성집은 매스컴을 타기 전부터 단골이었던 집이다. 주간조선 이후에 수많은 매스컴 세례를 받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다만 변화가 있다면 광우병 파동을 거치면서 해장국 메뉴가 사라진 것이 섭섭하다면 섭섭한 점이다. 많은 이들이 주문하는 건 제육볶음(5000원)과 찌개 한 가지다. 된장찌개(4000원), 청국장, 김치찌개 중 하나를 곁들이면서 싸구려 밥집의 푸근한 묘미를 느낀다. 독도 제대로 쓰면 약이 되기도 한다.

이 집 제육볶음이 대표적인 예다. 자연주의를 외치며 미원 기피증이 심한 이들도 손님 앞에서 미원을 한 스푼 집어넣는 이 집의 제육볶음을 맛있게 먹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건 미원의 느끼한 맛을 매운 고추의 맛으로 제압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한 맛을 통해 모자란 맛을 눌러버리며 좋은 맛을 창출해내는 게 요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까만 프라이팬에 돼지목살을 넣고, 양파와 갖은 양념을 넣고 센 불에 화르륵 볶아낸 제육볶음.

직접 띄운 청국장과 구수한 된장찌개는 세트로 잘 어울린다. 홍대 앞에서 장사를 하면서도 술을 팔지 않고, 가게 문도 일찍 닫아 버린다. 배짱만큼 맛도 좋은 집이다.

▶ 찾아가는 길: 청기와 사거리에서 홍대 정문으로 올라가다가 서교쇼핑 뒤 먹자골목 안 / 주차: 어려움 / 싼 밥집이라 카드는 안 받음 /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 (02)337-9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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