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으로 가는 길
이치영
진시황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불로초가 바로 우리 곁에 흔히 있는 양배추나 꽁치임을 알았더라면 아마도 좀 더 즐거운 여생을 보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부엌의 ‘이밥이 보약’이었는데도 의식동원(醫食同源)의 근원을 알지 못하여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우리가 일상 섭취하고 있는 식품 중에는 아주 놀랄만한 약효를 가진 불로초가 많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그때는 물론 최근 몇 년 전까지도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대한 기전을 확실히 알 수 없었으므로 노화억제 물질이 식품 중에 있는 줄도 몰랐다.
인간은 누구나 늙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소망한다. 늙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죽음과 연결된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며 이를 거부하고자 하나 죽음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숙명이다. 젊어서는 마냥 젊을 것만 같아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살다보면 자신은 죽음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면 어느새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해지면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중년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람과 동시에 허망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거기에 질병이라도 걸리게 된다면 더욱 절망에 빠져 젊은 시절의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쏟게 된다.
인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불로장생을 위한 노력을 강구하여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영원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이며 자연스러운 욕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구는 공해로 인하여 날로 황폐해 가고 있으나 사람의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이다.
인간의 수명을 고무줄처럼 늘리려는 시도가 한동안 암연구에 눌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사회의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에 발 맞춰 노화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최근 현대 의학 연구의 진척은 과거 가설에 그쳤던 노화현상의 이론들을 하나씩 밝혀냈다. 이런 연구들을 묶어보면 인간의 잠재수명을 125세 정도로 보고 있고, 21세기 말에는 에이즈, 심장병, 암 등이 정복되어 최대 수명을 현재의 배인 150세까지는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식생활, 운동 등의 생활방식 개선을 전제로 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인간의 노화와 죽음에 이르는 현상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유전자에 내장되어 있는 계획된 시간표에 의해 진행된다는 프로그램설과 살아가는 동안 정상 세포의 점진적 손상에 기인한다는 체세포 돌연변이설이 있는데 전자를 유전적(선천적) 요인이라 한다면 후자를 환경적(후천적)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명은 양자의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지어진다고 보면 된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의 분자 생물학자들이 선충류 벌레를 유전자 조작으로 3주인 한계수명을 5주까지 늘리는데 성공하여 인간의 기대수명도 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선천적 요인에 대한 연구는 기초 단계에 불과하다.
그 반면 외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인간의 세포나 기관이 병들어 더 이상 제기능을 다 할 수 없을 때 죽음에 이른다는 후천성 노화에 대해서는 괄목할만한 연구성과가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늘 먹는 여러 가지 식품 속에서 항산화물이라는 노화억제 물질의 발견이다.
사람이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음식으로 섭취한 각종 영양소와 호흡을 통해서 들어온 산소가 결합하는 대사가 일어나야 한다. 이상적인 대사란 에너지원과 산소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과식(특히 지방질)이나 과음, 심한 운동 등의 원인으로 산소대사 과정에 균형이 깨지면 불안정한 산소화합물의 독성물질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부산물을 유해산소(활성산소), 또는 유리기(遊離其, Free radical)라 하는데 인체의 여러 물질과 과산화 반응을 하여 인체 세포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게 하는 원인 물질이다. 마치 공기중의 산소가 금속을 녹슬게 하는 것처럼 인체내에서도 과산화 작용을 일으켜 정상세포를 병들어 죽게 만든다.
유해산소는 세포막이나 지방산에 친화력이 강해 지방분과 결합하여 과산화 지질을 만들어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단백질, 당분과 엉켜 붙는 교차반응으로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중풍), 암 같은 성인병과 신경기능 손상 등 전형적인 노화의 징후를 촉진시킨다.
이럴 때 구원군처럼 유해산소를 무독화시키는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해산소가 생성되면 이를 즉시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효소들이 있다.
대표적인 효소는 슈퍼옥시드 디스뮤타제(SOD)이며, 이런 효소들은 20세 전후에 체내 함량이 가장 높고 그후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점차 줄어들면서 유해산소에 대한 무독화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긴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효소들이나 항산화력을 증가시키면?수명이 길어진다?는 이론이 성립되나 현실적으로 최대수명이라는 한정된 기간내에서 전체적인 모든 노화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꾸준하게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면 노화와 연계되어 발병하는 질병을 예방하여 보다 나은 건강한 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영양학자 S.S 헨들러의 저서 '영양성분으로 본 노화억제'에서 중요한 노화억제 물질과 그와 연계된 식품들을 요약해 본다.
∙비타민A (베타카로틴):베타카로틴은 비타민A로 되는 전단계 물질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 중에서 최고로 꼽는다. 일반적으로 독성 화학물질이나 흡연에 의한 피해를 막아주어, 폐암과 같은 종양을 억제하며 인체면역력 증진, 시력강화, 피부병 치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성형 비타민A가 풍부한 식품은 물고기나 육류의 간유 등이고 베타카로틴은 당근, 고구마, 양배추, 시금치, 순무, 파파야, 살구, 수박, 귤, 토마토, 상추, 케일, 갓, 사탕무, 노란 호박 등의 녹황색 식물류에 많다.
∙비타민C:암으로부터 감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양배추, 풋고추, 흰콩, 감귤류, 포도, 딸기 등의 신선한 야채와 과일류에 많다. 하루 한 번보다는 매끼마다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타민E (토코페롤):이는 특히 세포막을 보호하는 성분으로 암과 심장순환계 질환에 연계된 방어기능이 있어 산소를 호흡하는 모든 형태의 생물이 생존해 가는데 필수적인 성분이다. 풍부한 식품은 아몬드, 땅콩, 호두, 해바라기씨, 각종 곡류의 씨눈, 식물성 기름, 계란, 고등어, 연어, 대합, 새우 등이다.
∙셀레늄(Selenium):미네랄의 일종으로 유해산소를 중화시키는 중요한 물질인 항산화 효소를 촉진시킨다. 면역력 증강 작용으로 항염증, 항암 효과가 있고 심장 및 순환계 질병예방, 정력증강에도 좋은 성분이라 한다. 가장 많이 든 천연식품은 브로콜리, 버섯, 양배추, 셀러리, 오이, 양파, 당근, 효모, 곡류, 생선류 등이다.
∙오메가3 지방산: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음식을 과식하면 성인병의 발병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화되어 있다. 특히 콜레스테롤 중에서도 나쁜 성분으로 알려진 저밀도 지방 단백질(LDL)은 동맥을 경화시켜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며 고혈압, 심장병, 중풍 등의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
그러나 같은 지질이면서도 인체에 나쁜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억제하고 혈전 형성 작용을 막아 심장 순환계 질병을 방지하여 주는 지방분도 있다. 그런 지질이 바로 오메가3 불포화 지방산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등푸른 생선의 기름에 많이 들어있는 DHA(도코사헥사엔산)과 EPA(에이코사펜타엔산)이란 성분은 ‘바다의 보약’이라 부를 만큼 의학계에 상당한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항산화 물질은 아니지만 순환계 질환은 물론이고 관절염 같은 퇴행성 질병을 억제하는 효력이나 항암효과, 뇌세포 활성작용 등으로 성인병 예방을 통해 노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성분이 많이 있는 식품은 연어, 꽁치, 고등어, 정어리, 참치, 장어 등의 생선류와 조개류, 해조류 같은 해산물이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미량의 영양물질들과 양질의 단백질, 식이 섬유질 등도 직․간접적으로 노화 억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볼 때 이러한 여러가지 식품을 균형있게 충분히 섭취하는 올바른 식생활이 무병장수의 바른길이다.
현재까지 연구 보고된 가장 좋은 장수음식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조건을 갖춘 것들이라 할 수 있다.
① 복합탄수화물(특히 정백시키지 않은 화곡류, 곡류, 콩류 등)의 섭취를 증대시키고 정제된 당이나 전분의 의존도를 줄인 것
② 단백질은 식물성의 의존도를 높이고 육류에 대해서는 줄일 것(식물성 단백질은 55%가 바람직하다)
③ 콜레스테롤과 지방 특히 포화지방을 줄여서 전체 열량의 25%를 넘지 않게 할 것
④ 비만을 막을 수 있게 제한되어졌으나 칼로리나 영양분은 충분한 것(소식법의 기본임)
⑤ 음식의 섬유질 양을 증대시킨 것
⑥ 염분의 양을 크게 줄인 것
⑦ 채소, 특히 십자화과(양배추)에 속한 것과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채소류 섭취를 증대시킨 것(매끼마다 먹는다)
⑧ 훈제나 소금으로 절인 것, 소금을 뿌려 저장된 음식이 아닌 것
⑨ 태우거나 너무 구운 음식이 아닌 것
⑩ 칼슘, 비타민 등 미량 영양분의 공급이 잘된 것
⑪ 항산화물이 많이 든 식품 사용을 늘린 것
⑫ 재탕 기름으로 조리한 음식이 아닌 것
⑬ 밝혀진 것은 물론이고 그럴 가능성이 있는 발암성 식품 첨가물을 많이 사용한 음식이 아닌 것
그리고 불로장생을 위한 여러 양생법을 첨언해 본다.
․발효식품류(요구르트, 된장류, 김치 등)를 즐겨 먹는다.
․음식은 천천히 잘 씹어서(많은 침과 섞어) 즐겁게 먹는다.
․녹차나 깨끗한 물을 수시로 마신다.(하루 3~4잔의 커피는 몸에 좋다는 보고도 있음)
․과음을 삼가한다. 그러나 적절한 음주는 약주가 된다.
․금연을 한다
․적당한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을 매일 한다.(과도한 운동은 노화를 촉진시킨다)
․충분한 휴식과 잠을 잘 잔다.
․늘 흥미를 갖고 취미생활을 즐긴다.
․ 사랑하는 마음과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
․건전한 성생활을 즐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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