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왕십리 대중옥

꿈에그린 2008. 12. 5. 17:00

26년부터 다니던 해장국집

옛적 문헌을 보면 대문 밖에서 끓여서 솜으로 싼 항아리에 담아다가 양반집까지 배달을 가던 고급음식이던 시절도 있었는데,갈비에 해삼까지 푹푹 들어 있었다 하니 대체 무슨 맛인지 지금도 궁금함을 참을 수 없으되 그 맛을 달리 찾아볼 수도 없다.

집에서 찬밥 한덩어리 들고 가서 뚝배기에 말아먹곤 하던 해장국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침넘어가는데,아침에는 요기가 되고 점심에는 식사가 되며 저녁에는 안주가 되고 새벽에는 속풀이가 되니 삼시 언제고 배고픈,배아픈 이들의 친구가 되니 기꺼이 친하지 않을 수 없으리,후훗.

깔끔하지 않은 내장,사방 벽에 박힌 냄새.널린 소주병.
취객의 주정을 살짝 피해서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먹는 해장국은 내게 살짝 각별한 음식이다.


지역별로,재료별로,개인선호별로 다양한 해장국이 많이 있다.
콩나물,재첩,물곰,물회,선지,복,북어 등등.

그래도 서울살이가 몇년 되다 보니 해장국 하면 일단 선지랑 우거지를 넣어 만든 것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아침을 여기저기서 먹으면서 해장국집도 꽤 여럿 뒤집었다.


개중에서 내 취향에 제일 맞는 집이라면,용문동의 한성옥과 바로 요기 대중옥 정도 되겠다.

청계 9가 쯤인가.
한국도자기 건물에서 개울 하나 건너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런 간판이 보인다.
첨 가는 사람은 잘 몰라서 숱한 전화가 오는데,
......나는 처음 간 날부터 신통하게 잘 찾았다.
이런 데만 내비게이션과 레이더가 잘 돌아간다니까.
희미한,강도가 불쑥 나와도 이상할게 없는 청계천 어두운 뒷골목.
언제나,여기 오면 내가 저금해 두었던 시간의 몇 조각은 여기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아,또 흔들렸다.한잔 꺾지도 않았는데.
그치만,흔들리는게 기분좋다.
영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24시간 언제나 열려 있는 문,한쪽 커다란 솥에서 살살 오르는 김,꼬질한 시멘트 바닥.
(하지만 청소는 깔끔하고 세스코까지 들어 있다)
무엇보다 저 빨갛고 파란 원색의 붓글씨.
당장 70년대 드라마를 찍어도 신기하지 않을 듯한.

그리고,등굽은 어르신의 쥐어짜는 목소리 `어서옵쇼어~~`.
가끔은,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걸까 싶은 위화감이 들 때가 있다.

해장국을 주문하면 두가지 김치부터 내준다.

                                                         메뉴판

등골, 송치, 우랑을 하드코어 3종 세트라 이름 붙였습니다.
등골은 등골이 오싹하다 할 때, 그 등골이고, 송치는 소의 뱃 속에 있는 송아지 새끼, 우랑은 알아서 검색해 보세요.

깍두기와

가볍게 담근 배추김치.
진하지 않고 시원한,해장국과 잘 어울리는 맛.

오지그릇에 넉넉히 담은 해장국 한 그릇.
아아 이 쿰쿰한 냄새가 얼마나 그리웠던지.
슬쩍 희미한 조명 아래 이걸 보고 있으니,현기증마저 난다.

물을 섞지 않고 막걸리만 썼다는 찰선지가 매력적이다.씹어보면 엄청 진한 맛.

슬쩍 헤쳐보면,
기름기를 먹어 무지 부드러운 배추시래기.그리고 적당히 토렴한 밥.

몸에 아주 안 좋아보이는 기름기가 둥둥 뜬 터프한 국물.
매운맛은 찾아볼 수도 없고,약간의 된장냄새가 날 뿐 그저 진하고 거친 고기 스프다.
친절하지 않고 무뚝뚝한,그러나 끊지 못할 국물맛이야말로 이집 해장국의 근간이라
생각한다.
한그릇 5000원.국물이며 밥이며,달라는 대로 기분좋게 리필해 준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세간의 흐름 때문인지 기름기가 예전보다 좀 줄어든 라이트한 국물을 내주는데,`기름 많이 얹어 주세요`라고 하면 그야말로 터프함의 극의를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왕십리일대의 재개발로 인해 조만간 현재 위치에서 멀지 않은 마장동 우시장 입구에 새로 구입한 3층짜리건물로 이전할 계획이라는 이전과 함께 그 맛 그대로 옮겨가기를 바래봅니다.....

.
2009년12월15일까지 영업하고 이전하여 내년4월경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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