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추울수록 더 생각나는 국물 한 모금 한·중·일 국수 이야기

꿈에그린 2008. 7. 9. 15:39
“국물이~ 국물이 끝내줘요.”
크게 히트했던 한 라면 회사의 인스턴트 우동 광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동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국물을 후룩 마시는 모습은 그저 광고일 뿐이지만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그때부터였을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끈한 국물에 폭 담긴 국수를 먹어야 할 것만 같다.

우리 조상은 옛날부터 겨울이면 면 요리를 챙겨 먹었다. 북쪽 지방에서는 이한치한의 방법으로 냉면을, 남쪽 지방에서는 밀가루를 반죽해 만든 칼국수를 즐겨 먹었던 것. 밀이 쌀에 비해 귀했기 때문에 국수는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별식으로 먹던 것이지만, 밀가루가 쌀보다 흔해지면서 비교적 조리가 간편해 분식집에서 흔하게 내기 시작했다.

일본의 면요리인 우동은 발이 굵은 국수를 뜨거운 가쓰오부시 국물에 말아 먹는 음식이다. 시원한 국물과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이 조화를 이뤄 누구나 부담 없이 좋아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국수인 칼국수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각 지역에서 많이 나는 재료로 국물을 낸 후 거기에 면을 말아 먹기 때문. 닭 뼈, 멸치, 바지락, 사골 등 재료마다 맛의 뚜렷한 차이가 있다. 언제 어느 때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중국의 면요리인 짬뽕은 원래 일본 나가사키가 고향이다. 나가사키에 거주하던 화교들이 먹던 음식을 들여와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한 음식인 것.

우동
하루 한 끼는 반드시 면을 먹는 일본인. 우동은 일본의 대표 면 요리인 소바, 라멘과 함께 14세기 무로마치 시대에 밀이 들어오면서 먹기 시작한 음식이라고 알려졌다. 소바는 관동 지방(도쿄 중심)에서, 우동은 관서 지방(오사카 중심)에서 발달했다. 간장으로 간을 하고 가쓰오부시로 국물을 낸다.

칼국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나 먹던 칼국수. 결혼식이나 집안 어른의 생신 자리에선 꼭 국수를 냈다. 국수 가락처럼 부부의 금실이나 어른의 수명이 길기를 기원하는 의미였다고. 옛 방식 그대로 진한 사골 국물에 끓여내는 사골칼국수, 싱싱한 바지락으로 육수를 내는 바지락칼국수 등이 요즘 즐겨 먹는 칼국수다.

짬뽕
짬뽕이라는 이름은 중국어도 한국어도 아닌 일본어. 일본 나가사키의 화교들이 만든 음식이다. 사실 중국에서 짬뽕은 아예 보기 힘든 음식. 중국에서는 사천탕면이나 완탕면 등을 주로 먹는다.각종 해물과 야채를 기름에 볶아 육수와 고추기름을 넣어 국물을 만든다. 최근에는 나가사키 짬뽕에 가까운 하얀 국물의 굴짬뽕이 인기를 끌고 있다.

-> 가쓰오부시 국물 맛 우동
일본인 관광객이 열광하는 그 국물 맛
아리수

장충동 타워호텔의 ‘타워우동’. 우동의 호칭도 특이하지만 내는 곳도 일식당이 아닌 한식당이다. 18년 전 일식당인 리야마에서 처음 선보였으나 일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잠시 없어졌다가 고객의 요청으로 한식당인 ‘아리수’에서 다시 내놓기 시작했다. 커다란 돌솥에 육수를 가득 붓고 채끝 등심, 청어튀김, 곤약, 새우, 망둥이튀김 등 열세 가지 고명을 얹어 내는데 전골냄비를 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푸짐하다. 고급 밀가루로 반죽해 15회 이상 기계로 압착한 후 뽑아내는 둥글고 굵은 면발은 워낙 탄력이 좋아 다 먹을 때까지도 불지 않는다. 국물은 가쓰오부시만 넣고 1차로 끓인 후 가쓰오부시를 걸러내고 무, 다시마, 양파, 대파 등을 넣고 센 불에 다시 한 번 끓인다. 고급 재료와 센 불에 끓이는 절묘한 타이밍이 맛의 핵심. 아리수의 우동은 일본에서 더 유명해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항상 만원이다.  

● 02-2236-3355 ● 11:30~22:00(연중무휴) ● 주차 가능 ● 타워우동 1만5000원, 자연송이우동 2만20000원, 김치우동 1만4000원, 모둠구이 3만5000원, 우설구이 1만8000원, 봉사료 10%, 부가세 10% 별도

우동 국물의 주재료
가쓰오부시
가다랑어를 포를 떠서 증기로 한 번 쪄낸 뒤에 말렸다가 다시 훈제해서 대패로 얇게 밀거나 자른다. 멸치에 비해 단맛이 좀더 많이 난다. 국물을 낸 후엔 체로 걸러 버린다.


멸치보다는 덜하지만 가쓰오부시만 넣고 우려낸 물은 약간의 비릿함이 남아 있다. 무는 비릿함을 없애 주고 시원함을 더해 준다.

대파
동양 요리에서는 흔하게 쓰는 대표 채소다. 대파 특유의 향이 청량감을 더해 국물을 더욱 시원하게 해준다. 양파보다는 덜하지만 단맛도 낸다.

인사동의 정갈한 국물 맛
조금

원래는 일본식 솥밥으로 유명한 곳. 하지만 우동 또한 여타 우동 전문점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곳의 우동은 가쓰오부시만으로 국물을 내는 정통 일본 우동이 아니라 가쓰오부시와 멸치를 적절히 섞은 우동이다. 그만큼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국물을 낼 때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재료의 배합만으로 맛을 낸다. 새우튀김, 쑥갓, 표고버섯, 어묵, 유부, 팽이버섯 등의 고명은 큼직하게 썰어 넣어 각각의 고명을 입에 넣으면 하나 하나 맛과 향이 살아 있어 입 안을 즐겁게 해준다. 검은 일본식 쇠솥에 담겨져 나오는데 일본풍의 정갈한 인테리어와 어울려 도쿄의 한 작은 식당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면은 아주 쫄깃하진 않지만 깔끔한 국물 맛과 잘 어울리는 편. 먹기 편해 유달리 어른들이 많이 찾는다. 탤런트나 문인, 가수 등 유명 단골도 많다.

● 02-725-8400 ● 11:00~22:00(연중무휴) ● 주차 불가 ● 본가우동 9800원, 조금솥밥 1만2000원, 전복솥밥 2만8000원, 송이솥밥 1만2000원

-> 진한 사골과 바지락 국물 맛 칼국수
씨알 굵은 황도 바지락 국물
황도 바지락 손칼국수

서해 안면도의 작은 섬, 황도(黃島)의 바지락으로 우려낸 시원한 국물 맛이 유명한 바지락칼국숫집이다. 보통 바지락보다 알이 굵고 육질이 부드러워 더욱 먹음직스러운 황도산 바지락은 다른 지역보다  30~40% 비싼 최고급 바지락이다. 황도양식장에서 당일 새벽에 가져오는 바지락만을 사용하고, 그 외에 들어가는 재료 역시 신선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이곳 사장의 원칙. 깔끔한 국물 맛의 비결은 재료의 신선함 외에도 바지락과 다시마를 끓여 우려낸 육수에 넣는 열두 가지 양념에 있다. 이 열두 가지 양념이 이곳을 바지락칼국수의 명가로 올려놓은 비법. 일반 바지락칼국숫집처럼 바지락을 먹다가 모래를 씹는 일이 거의 없다. 이는 일곱 번에 걸쳐 해감을 해서 모래를 완벽하게 없애기 때문이다. 매일 담그는 김치도 맛있다.

●02-484-6554~5 ●11:00~23:00(연중무휴) ●주차 가능 ●칼국수 5000원, 물만두 4000원

바지락
시원한 육수의 주재료인 바지락은 끓이기 전까지 살아있는 싱싱한 것을 사용한다.
애호박
매일 들여오는 애호박은 잘게 썰어 조금만 넣는다. 많이 넣지 않는 것이 핵심.
대파
더욱 시원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다 끓기 직전에 넣어주는 재료다.


경상도식 매콤한 사골칼국수
가람국시
경상북도 안동의 양반들이 즐겨 먹었다는 사골칼국수의 칼칼하면서도 담백한 국물 맛으로 소문난 집이다. 깔끔한 한식 인테리어만큼이나 정갈하고 정성스럽게 국수를 만들어낸다. 대구에서 10여 년 동안 한정식집을 운영해온 노하우로 담그는 맛깔스런 경상도식 김치도 남다르다. 진한 사골 국물 맛을 내기 위한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가람국시의 사골칼국수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흔히 한우 뼈로 국물을 우리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최고급의 양지머리만을 넣어 오랫동안 끓이는데 국물이 더 담백하고 진하다. 익은 양지머리를 꺼낸 후에도 몇 시간 더 끓이다가 매운 청양 고추와 애호박을 넣으면 칼칼하고 시원한 경상도식 사골칼국수가 탄생한다. 가람국시의 한옥을 개조한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가족 모임에 좋은 개별 온돌방이 준비되어 있다.

● 02-541-8200, 8822 ●11:30~22:00(일요일 휴무) ●주차 가능 ●손칼국시 7000원, 손만둣국 7000원, 수육 2만2천원, 제육 1만5000원

양지머리
큼직하게 썰어 3~4덩이를 넣어 오랫동안 끓여낸다. 다 끓여낸 후에는 수육으로 먹는다.
애호박
모든 칼국수의 기본이 되는 애호박은 사골칼국수에서도 중요한 재료.
청양 고추 양념장
청양 고추는 육수를 끓일 때에도 2개 정도 넣어주지만, 양념장에 첨가하면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 각종 해물이 조화된 국물 맛 짬뽕
사천탕면의 대가(大家)
동천홍

우리에게는 흔히 하얀 짬뽕으로 알려진 사천탕면으로 유명한 동천홍(東天紅). 본점에 이어 오픈한 2호점인 논현점 역시 사천탕면 맛만큼은 다른 중국집들 저리 가라다. 하얀 국물의 동천홍표 굴짬뽕 맛의 비결은 월남고추에 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운 월남고추를 볶아서 넣은 국물은 매콤한 향이 살아 있으면서도 시원하다. 닭으로 우려낸 육수는 생강과 마늘을 함께 넣어 닭의 비린내를 제거해 담백한 맛을 낸다. 사천탕면의 재료를 볶을 때는 기름을 최대한 적게 하고 물을 조금 넣어 국물이 느끼하지 않으면서 뒤끝이 깔끔하다. 새우와 굴, 쇠고기 유슬(쇠고기를 가늘게 채친 것), 양파 등이 들어가 모양은 빨간 짬뽕과 비슷하지만 시원하고 개운한 맛 때문에 해장용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02-547-8885 ●11:30~21:30(연중무휴) ●주차 가능 ●사천탕면 5000원, 자장면 5000원, 어향동고 3만원

생닭
깨끗이 씻어 부위별로 잘라 장시간 끓이면 노르스름하면서도 먹음직스러운 육수가 완성.
생강
통째로 넣어 끓여 닭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준다. 이때, 개운한 국물 맛이 난다.
양파, 파
닭 육수 위에 떠 있는 기름을 중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해물 향이 깊은 빨간 짬뽕
야래향
회현동 골목의 10평 남짓한 아담한 중국집. 변함없는 짬뽕 국물 맛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야래향(夜來香). 내로라하는 미식가들이 입을 모아 추천할 만큼 짬뽕 외에도 이곳의 요리는 국내 최정상급이다. 이곳의 짬뽕은 그리 맵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것이 특징. 어린아이에서 어른까지 누구나 좋아한다. 짬뽕에 흔하게 들어가는 오징어 외에도 굴, 새우 등 풍부한 해산물은 그날 그날 싱싱한 재료만을 골라 사용한다. 짬뽕 국물은 해산물을 여러 번 데쳐서 내는데 해물 향이 깊게 배어들어 더욱 시원한 맛을 낸다. 이곳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재료의 신선도. 신선하고 좋은 품질의 재료가 최고의 국물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레몬으로 향을 낸 맑은 소스의 탕수육과 전가복, 깐풍새우는 야래향의 또 다른 별미.

●02-752-3991 ●11:30~21:30(일요일 휴무) ●주차 불가 ●자장면 5000원, 짬뽕 5000원, 탕수육 2만원

마늘, 생강, 고추가루
마늘과 생강 다진 것, 고춧가루는 빨간 짬뽕 국물을 우려 내는는데 꼭 필요한 양념들.
각종 해물
오징어, 굴, 새우, 소라 등은 깨끗이 다듬는 게 가장 중요. 시원한 짬뽕 국물의 포인트.
갖은 야채
호박, 양파, 파, 목이버섯 등은 가장 마지막에 넣는다. 국물을 느끼하지 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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