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닭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나는 간장 양념을 해서 만든 안동식 찜닭이 떠오른다.
안동 어느 시장에서 유래했다는 이 음식은....
년 전에 느닷없이 '찜닭'이라는 이름으로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 잡은 후 최근에는
그 기세가 좀 덜하다. 하긴 맛의 싸이클이라는 게 이제 눈을 깜박하기만 해도 돌아가 버리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한가지 음식을 고수하면서 오랫동안 버티는 것은
화덕과 도마 앞에서 피땀을 흘리며 쉬지 않고 연마한 화공과 무공의 달인들이 꾸리는 식당 뿐이다.
현대인들..특히 젊은 세대의 미각은 미안하지만 간사하고 지조가 없으니 쉽게 변심을 한다.
그들은 묵직한 뒷맛보다는 가벼운 첫맛에 사로 잡혀 버리는 세대다. (뭐...나도 곧잘 그런다..할말 없이 고개를 떨군다.)
이런 세상에 만들어 지는 찜닭은 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달달한 설탕을 넣고....매콤한 뒷맛을 가미하며
풍부한 채소가 조력한다. 그렇게 하여 얻어진 이름이 '찜닭'이다.
찜이라는 음식은 조리가 끝 났을 때, 음식의 몸에 국물이 흐를 정도로 남아 있는 음식들을 보통 지칭한다.
조리법과 달리 완성 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하여 이름 지은 것이다.
그리고 ...정말 증기를 이용해서 '찌는 조리법'을 이용해서 만든 음식 역시 '찜'이다.
오늘 소개하는 '찜닭'은 정말 증기를 이용해서 푹 쪄낸 '찜닭'이다.
약수동 사거리에 있는 이 오래된 식당은 도마질을 시작한지 무려 18년이나 된 곳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곳은 현대의 맛의 싸이클 같은 것에는 관심조차 없는 곳이다.
만포 막국수라는 낡은 이름처럼, 식당은 18년의 세월을 무심하게 버틴 것 같다.
이 식당에서 내오는 기본 반찬을 보면 그걸 가장 먼저 알 수 있다..
유행하는 먹거리 하나 없는 소박한 찬이다.
아마도 18년 전에도 이와 다를 게 무엇이 있었을까?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30대에서 60대 정도의 사람들....
세상의 흔해빠진 입맛의 변화와 무관해 보이는 얼굴의 식객들이다
배추김치와 무김치, 부추무침, 무우초절임, 마늘과 고추, 시골 된장, 닭고기를 찍어 먹을 양념장이 전부다.
거기다가 배추김치와 무우김치는 맛 좋게 숙성되기 일보 직전의 맛!.....
이 정도 내공의 식당에서 무우와 배추김치를 숙성되기 직전의 것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 봤는데...
김치가 제대로 숙성되면 그 맛은 매우 좋지만 솔직히 말해 또한 경쟁자 없이 자극적인 맛을 가진 것이 김치다.
내공깊은 중식당에서 단무지를 주지 않는 것은 그 맛이 너무 강렬하여 중국요리의 맛을 흐리게 하는 이유다.
김치를 내오긴 내오되 완전 숙성시킨 것이 아닌 것을 내오는 이유에 대해서
내가 너무 심오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지만...하여간 이 식당의 김치는 숙성되기 직전의 그것이다.
의도가 있다면 전제적인 맛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것이고...
이날 바빠서 김치를 이렇게 밖에 못 낸 것이라면....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찜 닭이 나오기 전에 양념장을 각자 입맛에 맞추어 만든다.
식당에서 미리 준비한 양념장에.....겨자와 식초를 취향껏 넣어 섞는 것.
생각보다 겨자가 맵지 않고 식초도 역시 강렬하게 시지 않다.
신맛과 매운맛이 좋다면 좀 더 넣어도 될 듯하다.
양념을 뒤섞은 후 젓가락으로 살짝 찍어 먹어봤는데.....
묘하게도 닝닝한 MSG 맛이 가득하다.
미원을 치나보다 고민했다..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말이다.
(아...여긴 김학민 선생이 추천한 식당이 아닌가....;;;;;;)
이게 바로 찐짜 찐..'찜닭'이다.
만포 막국수라는 식당의 상호와 달리....우리 옆에 식사를 하는 세 테이블 모두 찜닭을 시켜 먹는다.
막국수 식당이라기 보다는 '찜닭'으로 유명한 식당인셈....
처음에 종업원이 이 찜닭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을 때...사실 좀 기겁을 했다.
김학민 선생의 책에서 본 그림에는 삶은 파가 위에 몇 개 걸쳐 있는 게 전부 였는데..
이건 완전히 파 숲이 아닌가?........;;;저걸 어떻게 다 먹으라고 저렇게 다 올려놨는지 불가사의한 순간이었다.
용기를 내어 파를 걷어 내니.....
닭은 관절을 따라 여러 조각으로 절단되어서 매우 푹~~ 쪄진 상태다.
날개나 껍질 같은 부분은 흐믈흐믈할 정도다.
고온의 증기에 쪄 지는 동안 기름도 쏙 빠진 듯 보인다.
푹 익은 닭다리를 하나 가져다가 양념장에 척 올려놓고 뜯는다.
삶은 파도 함께 딸려 온다. 삶은 파는 어찌 다 먹으랴 싶었는데....먹다보니 모자란다...;;;;
닭국물에 살짝 삶아낸 이 쪽파는.....양념장에 찍어서 닭살과 함께 먹으니 시원하고 맛있다.
삶은 쪽파는 닭살의 식감을 더 부드럽게 해주고...촉촉하니 국물이 따로 필요없 게 한다.
처음 양념장을 만들었을 때....닝닝하게 느껴졌던 MSG 맛이 이상하게 서서히 약해진다.
처음에 강렬하던 그 MSG맛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아무튼 미원은 아니라는 안도를 했다.)
그런데 도무지 양념장의 맛의 정체를 알 수가 없지만....그런대로 칼칼하고 맛이 좋다.
이 양념장....
도무지 뭔지 역시 생각해 보았는데...집에 와서 한참 티브이를 보다가 겨우 알았다.
양념장에 젓갈을 쓰는 것 같다. 액젓이나 어장 같은 것...
(요즘엔 이렇게 노골적으로 액젓을 넣은 김치를 먹은 기억이 없는데;;ㅠ.ㅠ;;나에겐 강렬하다)
찜닭을 실껏 먹고 돌아와 한참을 티브이를 보는데 입안에서 액젓향이 가시지를 않았다.
어리둥절하게 느꼈던 MSG같은 첫맛은 아무래도 액젓이나 어장이라고 하는 양념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양념장이 짜지는 않았는데......간을 할 때 액젓으로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한번 여쭤 보고 싶은데..)
사실..저 위에 반찬 중에 부추 무침을 처음 집어 먹을 때도...MSG맛이 났는데..
양념장을 먹을 때도 똑같았다.....
실컷 먹은 거라곤....부추무침과 양념장에 찍어 먹은 고기와 파 뿐이었으니..
아무튼 부추무침과 양념장 둘다..같은 양념을 쓰는 것은 분명하다.
(참고로..김치는 거의 먹지 않았다..;;;;)
다리 하나 다 뜯고 나서 성에 안 차서 계속 먹고 있나 보다...
쪽파.....정말 예술이다...쪽파가 없었다면 아마 고기를 더 먹지 않았을 것이다.
만포 막국수니까...아무래도 막국수를 주문한다.
고기 고명이 야성적이다......^^
거기다가 삶은 달걀은 호수에 비친 달이라도 되듯 국물에 퐁당 빠져 있는 게 여간 재밌다.
하지만...맛이 문제다. 기대만큼 되지 않았다.
묘하게도 들깨가 동동 떠다니는 국물은 과일 맛같기도 하고 홍차맛 같기도 한 특이한 맛!
양은 충분히 넉넉하지만...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내가 본 다섯 테이블 중에 막국수를 시킨 테이블은 초행길인 우리 테이블 뿐이었다..;;;;;;;;;;;;
대부분 찜닭이나 이 식당의 다크호스인 '만두'를 먹고 있었다.
남은 닭살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먹어도 좋다는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막국수가 찜닭만하지 못하니 서로 어울림이 좋다고 말 할 수 없다.
사람들이 만두를 포장해 간다...
나도 따라 만두 1인분을 포장해 달라고 한다....배가 터지려고 해서 더이상 만두를 이 자리에서 먹을 수 없으니..
포장이라도 해가야지 성에 찬다..(뭐...자랑하자면....나의 식탐이라면 대한민국 넘버원이다..;;)
포장 손님이 많은 듯...포장이 매우 일상적이다.
무김치, 간장 양념, 커다란 만두까지..정성스러운 포장솜씨다.
만두는 당면과 고기가 주를 이룬다.
붉은 속이지만 김치 맛이 주도적이지 않다.
기름이 흐르고 뒷맛이 약간 느끼하지만 감칠맛은 매우 좋다.
한마디로 꽤 맛있는 만두다....^^
저기 저...무우김치를 준 이유는 뒷맛의 느끼함을 잡기 위함이다.
꼭 무우김치랑 같이 만두를 먹기를 권한다.
약수동 사거리에 있고 ...주차는 딸랑 3대 밖에 못한다.
주변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차를 가져갈 사람은....남들보다 식사를 먼저 하면 가능한 정도;;;;
찜닭의 가격은 17000원..
거의 2명이 먹으면 적당하다...
어른 3명이 먹으려면 만두나 다른 것을 추가할 것!
앞으로는 집에서 닭을 찌고...쪽파는 닭을 찐 물에 살짝 삶아내고...
양념장은 한번 만들어서 먹어보기로 했다...음..고추가루, 파, 마늘, 액젓 등을 넣으면 되려나?..
(식초와 겨자 플러스..??)
찜닭은 의외로 간단한 음식인데...자주 물에 빠뜨려 삶아 먹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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