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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나무처럼

꿈에그린 2009. 11. 22. 20:20

        
      사랑도 나무처럼                     글 / 이해인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둣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 속에 발을 묻고
      홀로 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忍苦)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