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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꿈에그린 2009. 8. 21. 22:55

 

어린 염소 마리가 달달거리며 보도 위로 주인을 따라간다.

 

염소는 다리가 짧다. 주인이 느릿느릿 양으로 쇠걸음을 걸으면 염소는 종종걸음으로 빨리 따라가야 한다. 마리는 줄로 목을 매어 주인의 뒷짐진 손에 쥐여가고 마리는 목도 매고 따로 떨어져 있건만 서로 떨어질세라 열심히 따라간다. 마치 어린애들이 엄마를 놓칠까봐, 혹은 길을 잃을까봐 부지런히 따라가듯.

 

석양은 보도 위에 반쯤 음영을 던져 있고, 달달거리고 따라가는 염소의 어린 모습은 슬펐다.

주인은 기저귀처럼 차복차복 염소 껍질 개를 묶어서 메고 간다. 아침에 일곱  마리가 따라왔을 것이다. 마리는 팔리고, 지금 세마리가 남아서, 팔릴 곳을 찾아 다니고 있는 것이다. 팔리게 되면, 소금 줌을 물고 캑캑소리 마디에, 가죽을 벗기고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주인의 어깨 위에는 가죽 기저귀가 것이다. 그러나 염소는 눈앞의 운명을 생각해본 일이 없다.

            마리의 어린 염소는 오늘 저녁에 같이 돌아갔다가, 내일 아침에 

            다시 나오게 것인가, 혹은 중의 마리는 가다가 팔려서 껍질을 벗겨 

속으로 들어가고, 마리만이 가게 것인가, 또는 어느 것이 팔리고, 

어느 것이 남아서 외롭게 황혼의 거리를 타달거리고 것인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염소를 끌고 팔러 다니는 주인은 지금 자기가 걸어가는 

길을 알고 있는 것인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염소가 지나간 보도

위로 걸어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