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국도나 지방도로의 중앙을 가르는 노란 분리선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의 금줄이다. 어느 도로라고 중앙 분리선이 없겠느냐마는 강원도의 중앙분리선처럼 선명한 색을 띠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미학적 자태를 풍기는 곳을 기자는 만나지 못했다.
그 금줄은 어느 순간 동아줄이 되어 내 차를 칭칭 감고 어디론 가로 끌고 가는 착각을 주기도 한다. 그곳은 아련한 추억의 고향 마을이거나 김승옥의 '무진 기행'에서의 존재하지 않은 도시 무진일 수도 있다.
어떨 때는 내 차가 금줄을 잡아먹는 거미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옆을 휙휙 지나치는 금줄을 내 차의 위장은 잘도 소화하며 포식한다.
그만큼 강원도의 길을 드라이브하는 시간은 크나큰 즐거움이다. 아니 드라이브라기보다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수려하고 장엄한 강원의 산과 계곡 속에서 운전대를 노젓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강원도 어디든 다 나름의 매력을 뽐내는 도로를 가지고 있지만 영동고속도로 하행선을 기준으로 우측 지역에 한정하여 굳이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를 뽑으라면 기자는 아래의 세 코스를 주저 없이 선택한다.
만항재(414번 지방도로)와 함백산으로 향하는 샛길
태백에서 정선으로 갈때 38번 국도의 빠른 길을 마다하고 414번을 타는 이유는 그 도로에 오른 순간 이 길은 단지 이동의 수단이 아닌 즐거운 여행길 자체이기 때문이다.
414번 만항재 도로는 해발 1,330m에 포장된 고갯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지방도로가 414번 도로인 셈이다. 하지만 만항재에 다다랐을 때의 체감고도는 그리 높지 않은게 사실. 왜냐? 주변 동네인 사북과 고한의 고도가 원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항재의 높은 고도는 이곳에서 불과 10여분이면 도착하는 함백산 정상에서 여실이 드러난다.
지방도 414번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으로 향하는 샛길 입구.
태백시에 위치한 함백산.
만항재 도로에는 함백산 정상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다. 따로 표지판을 두고 있지 않아서 이길을 찾기란 매운 힘든게 사실이다.(위 사진 참고) 이 작은 샛길을 이용하면 자동차를 이용하고도 함백산 정상을 오를 수 있는 믿지 못할 일이 발생한다.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자동차 문 밖으로 산신령처럼 떠억 하고 나타나는 함백산 정상의 커다란 비석을... 제 다리를 이용한 산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송구한 짓이지만 때때로 자동차도 등산을 하고 싶다고 애교있게 관용하자.
고지대에 깔끔하게 포장된 414번 만항재 고갯길은 설명이 필요없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다. 이곳은 그 명성 또한 자자하다. 하지만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으로 향하는 조그마한 샛길을 알 게 된다면 만항재와는 또 다른 이 곳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리게 된다.
414번 만항재의 포장도로가 아찔한 절벽과 그 너머로 보이는 높은 고지대의 풍경들을 담고 있는 모습이라면 이 조그마한 샛길은 아름다운 여성의 바디라인을 연상시키는 기가막힌 S자형 곡선 도로가 특징이다. 게다가 그 도로 위로 자연산림인 울창한 나무들이 나무터널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가히 환상적인 풍경이라 할만 하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중앙선도 없는 이 작은 샛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포장된 도로가 끝이 나고 자갈길을 만나게 된다. 자갈길이 나타났다면 그때부터 산을 휘휘 휘어감으며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가 가장 아찔한 풍경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구름 위를 밟으며 올라가는 자동차의 모습도 신기하겠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산맥의 모습은 더욱 더 기가막힌 모습이다. 심장이 약하거나 4륜구동이 아닌 세단을 이용하는 드라이버들이라면 이 작은 샛길의 포장도로까지만 가보아도 충분히 그 정취를 느낄 수 있음이다.
414번 만항재 고갯길엔 빼놓을 수 없는 기쁨 하나가 더 있다. 강원도의 감자부침을 먹을 수 있는 벽돌집 휴게소 '만항재쉼터'가 바로 그것. 고갯길을 건너다 보면 만나야만 하는 이 허름한 휴게소에서 굳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잠깐의 시간을 내어 감자부침 정도는 먹어줘야하는 센스... 꼭 잊지 마시라..!! (메밀부침,감자부침,도토리묵 5,000원 / 동동주 6,000원)
드라이브코스 지도
정선의 소금강 강변길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하구나~!!'
금강산을 정선에서 찾는다?
이게 뭔 뚱딴지 같은 소리겠냐 싶겠지만 분명 정선엔 금강산이 있다. 사시사철 화려한 풍경을 담고 있는 작은 금강산이란 뜻의 소금강(小金剛)이 바로 그 주인공. 소금강이란 뜻이 'Salt River'가 아니라는 사실쯤은 다 알고 계실 터. 이곳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꽃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새파란 숲이 우거지며 가을엔 단풍, 겨울엔 백설이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옛부터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의 소금강(小金剛)이란 이름이 사용되었다고...
정선의 소금강은 동면 화암1리의 화표주에서 몰운1리의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약 4km의 계곡일대를 말한다. 이 계곡일대에는 등산로가 마련되어 있어서 등산도 할 수 있겠지만 역시 정선 소금강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계곡일대를 아우르며 흐르는 화려한 풍경들을 즐기는 드라이브다.
정선 소금강까지 오는데 보았던 강원도의 산과 계곡은 예고편에 불과 했을 뿐. 커다란 식칼로 내려친 듯 한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이 구부러진 소금강 계곡 사이사이로 병풍처럼 겹겹이 놓여 있다. 소금강 계곡의 굽이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금강대, 설암, 신선암, 비선암 등을 차례로 만나게 되는데 천천히 드라이브를 하고 있노라면 한폭의 동양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도로 중간에 차를 주차시키고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두 곳의 장소가 만들어져 있으니 지정된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잠시 경치를 감상 해 보는 것도 좋다.
아쉬움 한 가지.
소금강 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따라다니는 길다랗게 늘어진 전기줄이 아쉬움의 주인공이다. 소금강 일대의 어느곳에서 사진을 찍든 항상 사진에는 전기줄이 따라다닌다. 여간 애물단지가 아닐 수 없다. 이 전기줄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여기서 뽀나스 정보 하나.
드라이브코스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한치마을이 나타나는데 그 마을 고개에 소금강 절경의 백미라 부를 수 있는 몰운대가 위치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화암8경에 속하는 몰운대는 몰운대로 직접 올라가는 것보다 계곡 아래에서 바라보는 몰운대의 모습이 더 좋다.(그렇다고 몰운대까지 가서 몰운대를 그냥 지나진 마시라~!! 단 방어대가 없는 관계로 아이들이나 연인들의 지나친 장난은 추락사고를 유발할 수 있겠다.)
몰운대 가기전 토마토 마을로 들어서면 제동교가 나오고 그 다리를 건너면 몰운관광농원이 우측에 보인다. 그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밭길을 따라 5분 정도 들어가면 아름다운 계곡이 나타난다. 계곡 사이사이로 우뚝솟은 절벽들의 모습이 인상적이고 몰운대의 상징인 벼락에 맞은 300년 된 소나무 한 그루가 화룡에 정점을 찍는다.
드라이브코스 지도
동해의 새천년도로
드라이브코스의 정석... 해안도로!!!
그렇다. 감히 해안도로를 빼놓고 어찌 드라이브코스를 논할 수 있겠는가~!! 특히나 강원도 동해바다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선 해안도로는 필수코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표 해안도로인 7번 국도는 이런 동해의 멋진바다를 감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다리역할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의 7번 국도는 참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해안도로라는 감투만 쓰고 있을 뿐 이곳은 예전 해안도로의 명성을 잃어가는 느낌이 크다. 도로확장 공사로 인하여 도로자체는 내륙 깊숙히 들어가 버렸고 가드레일은 왜 또 그렇게 높아져만 갔는지...
그러나 여기 삼척에 기가막힌 해안 드라이브코스가 있었으니.. '새천년도로'가 바로 그것이다. 이곳은 삼척시가 색다른 해안관광지 조성을 위해 삼척항과 삼척해수욕장을 이어서 만든 4.16km의 도로를 말한다.
새천년을 시작한지 5년째로 접어든 지금 '새천년도로'라는 이름이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동해의 뛰어난 바다경치를 바라보기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으랴~!! 왜냐? 이곳은 미리 드라이브코스로 염두해 두고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계획되어 만들어진 도로답게 도로자체의 선이 매우 아름답고 매끈하며 깔끔하기까지 하다. 언덕위를 지나는가 싶으면 한순간에 다시 언덕 아래로 내려가서 부서지는 파도들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나 이곳은 기암괴석과 뛰어난 해안절경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드라이브를 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시야의 변화가 굉장히 재미있다.
그러나 이렇게 계획되어 만들어진 새천년도로에도 흠이 있었으니... 거칠거나 투박한 매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 너무나 잘 닦여 있는 도로이기 때문에 인공적인 냄새가 너무 진하다는 것이다. 해안 주변에 마련된 소망의 탑이나 조각공원 역시 이곳의 인공적인 냄새를 더욱 더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새천년도로의 끝자락엔 삼척항이 기다리고 있는데 운치있고 여유로운 삼척항의 모습에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니 삼척항은 꼭 한번 들려 보시길...
드라이브코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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