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 가도록 냉면을 제대로 먹어보질 못해서 좀 섭섭하던 어느 날,
가다 보면 길이 은근맞아들어갈 성 싶어서 전부터 이야기를 들어오던
충무로의 필동면옥이라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요즘 시끄러운 농산물 가격 상승의 여파인지 가격이 더 올랐더군요. 냉면, 만두 공히 7500원.
면수. 말 그대로 면 삶은 물. 닝닝해서 무슨 맛이냐고 하는 분도 있지만, 구수한
것이 괜찮습니다. 메밀 숭늉이나 메밀차이거니 하고 드셔보시면 될 겁니다.(웃음)
이런저런 양념들. 왼쪽 아래의 양념장이 꽤 평이 좋더군요. 맛이 괜찮았습니다.
제육.
이 가게의 별미 중 하나라는 제육. 처음에 봤을 양도 적고 차갑게 나와서 좀 미묘했는데,
양념장과 곁들여 먹어보니 그 맛이 괜찮더군요.
껍질 쪽은 쫄깃하고 안쪽은 부드러워 고소하니 맛납니다.
하지만 확실히 양은 좀 적네요.(므음)
역시 사람들이 한 번쯤 먹어보라던 만두.
숙주와 두부가 듬뿍. 옅은 색에 걸맞게 담박한 맛을 지닌 만두입니다. 향기 흥건한
고기만두도 좋지만 이런 담박한 만두도 괜찮더군요. 더군다나 묘하게 감칠맛이 있어요.
동행한 C양 왈, '예스러운 맛' 이라더군요. 저 역시 동감입니다.(웃음)
필동면옥의 간판 메뉴인 평양물냉면. 맛이 약하다 약하다 해서 그렇게 닝닝한 맛인가 했는데,
단순한 꾸미만큼이나 소박하고 예스러운 맛이기는 했지만 듣던 것만큼 맹탕으로 약하기만 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확실히 취향은 좀 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나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단 다시다 냄새가 안 나서 좋더군요. 다른 곳과 달리 쇠고기 돼지고기를 고루
고명으로 넣어준다는 점도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면은 듣던 대로
메밀면이라 혀에서의 촉감이 좀 거실거실한데, 이것도 잘 어울려서 괜찮더군요.(웃음)
딱 한 가지 불만을 꼽자면, 묻지도 않고 고추가루를 미리 뿌려 나온다는 것.
원래 냉면에는 웬만하면 아무 것도 치지 않고 먹는 식성이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미리 알았다면 고추가루는 빼 달라고 했을 텐데 말이죠.
종합해서 평하자면, 상당히 소박한 맛의 가게입니다.
맛이 없다거나 있다거나 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뭐라 할지,
꾸미지 않은 듯한 담박한 맛이랄까요.
만두도 냉면도 왠지 모르게 상당히 예스러운 느낌을 받게 하는 맛입니다.
P.S : 가는 길은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예식장 쪽으로 꺾어들어가신 뒤 좀 걸어들어가시다가...
예, 그리고 적당히 구불구불 걸어가시다 보면
필동면옥이라는 네온사인이 박힌 건물이 나옵니다. -_-;
아니 그게, 사실 저도 어느 정도 출구번호와 예식장 이야기만 제외하고는
순전히 감에 의존해 찾은 거라 정확히 설명하기가 애매하단 말이죠.(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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