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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욕의 눈꽃 산행

꿈에그린 2007. 2. 14. 22:44
 
무욕의 눈꽃 산행


겨울이 한 점 바람없이 따숩기만 합니다.
이런 날 일행은 소백산으로 눈꽃 산행을 떠납니다.
시인도 갈잎 다 떨어진 당단풍나무를 무심히 보면서
산을 올라갑니다.
하늘이 조금씩 열리며 싸락눈을 뿌립니다.
기온은 내려가도 우리들 마음은 산 따라 올라갑니다.
철쭉이 다진 나무에 꽃이 핍니다.
진홍색 꽃잎이 아니라 하얀,
티 없이 순결한 꽃잎이 핍니다.
하늘나라 천사가 하얀 꽃가루를 뿌리나 봅니다.
나무에도 사슴뿔 같은 꽃이 핍니다.
매 마른 모두의 가슴에서 꽃이 핍니다.
발길마다 뽀드득 시심이 새어 나옵니다.
눈길에 잡힌 솔은 튀김을 튀긴 듯 합니다.
주목군락도 은세계입니다.
마음은 눈구름처럼 둥둥 떠다닙니다.
한동안 정신을 잃고 서 있었습니다.
만발한 눈꽃 향연도 잠시의 기쁨에 불과합니다.
비로봉 정상에는 살갗을 에이는 칼바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람은 송곳처럼 가슴을 파고듭니다.
눈은 적진을 향해 달려가는 인디언 전사처럼 사납습니다.
말뚝은 인디언 추장처럼 장닭의 깃을 세우고
밧줄은 우리 모두를 통째로 꽁꽁 묶을 이엉과 같았습니다.
우린 한 마리 딱정벌레처럼 온몸을 떨었습니다.
그래도 가슴에는 따선 피가 생성되어
무욕의 눈꽃을 한 아름 안고 왔습니다.
 
 
글 / 해심 정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