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술랑, 벽오동 심은 뜻은, 두만강이 잘있거라, 가야의 집 안시성의 꽃송이, 울어라 열풍아..
(포스터갯수를 보면 영화를 며칠동안 상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누구네 집에서 영화를 상영하는지 전쟁영화가 몇 편이나 되는지를 헤아리며
문짝 양 옆에 포스터를 잔뜩 붙인 시커먼 제무시(GMC)가 마을을 누비며 영화 안내를 시작합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서생면민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본 부산 합동영화사에서 오늘밤 여러분들을 모실 영화, 이민자, 최무룡 주연, 피리불던 모녀고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시네마스코프 총천연색, 피리불던 모녀고개..
아.. 어찌하여 최무룡과 이민자는 헤어져야만 했던가..오늘밤 할머니 할아버지 손자 손녀, 손수건 지참하시고
라디오조차도 귀하던 그 시절, 일년을 통하여 겨우 몇 번 볼 수 있는
마을 한 구석 공터나 밭 한가운데 말뚝을 박고 천막을 빙 둘러 만든 가설극장 앞에 가보면 주렁주렁
전구가 달려있고 노랗게 빛나는 전깃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별나라에 온 것 마냥
돈이 있건 말건 가설극장 앞은 언제나 동네 조무래기들이나 마을 어른들로 시끌벅적합니다.
어른들과 함께 들어가거나, 혹은 부모님께 얻은 용돈으로 표를 사서 천막 안으로 들어갈 때면 표를
사지 못해 극장 주변을 지키는 '기도'의 눈치를 흘끔거리면서 서성이는 동네 친구들의
하지만 상영 시간이 지나도 영화는 좀처럼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관객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서입니다.엉덩이에 쥐가 나고 슬슬 조급증이 생길 무렵이면
지금까지 소란스럽기만 하던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지는것도 이때였습니다.
촤르르..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먼저 '대한늬우스'부터 시작합니다.
대한늬우스를 통하여 우리는 서울을 비롯한 바깥 세상의 풍경도 보고 대통령과 영부인도 봅니다.
창경원의 원숭이도 구경하고 영화배우 김희갑, 김지미가 일일 교통안내를 하는 모습도 봅니다.
대한늬우스의 마지막은 언제나 '월남소식'으로, 머나먼 이국땅 월남에서 우리 국군용사 아저씨
들이 베트콩과 싸우면서 또 한편으로는 다리도 놓고 도로를 건설하는 활약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기다리던 '본영화'가 시작됩니다.화면은 지직거리며 비오듯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영화 한 편 볼때마다 서너번씩은 늘 그랬기에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탓이겠지요.
영사기 기사의 재빠른 필름 붙이는 솜씨에 영화는 이내 돌아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한쪽 모퉁이에서 돌아가던 발동기마저 멈춰 서 버립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시간짜리 영화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주인공이 포악한 악당의 흉계에 빠져 갖은 고생을 다 할 때면 여기저기서 여자들의
마지막에 가서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찿아낸 적의 가슴을 향해 통쾌한 복수의 칼날을 꽂을때면
모두들 너나 할 것 없이 요란하게 손뼉을 치며 마치 자신의 일인양 기뻐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기 일 이십 분 전이면 둘러쳐진 극장의 천막이 걷혀 올려집니다.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천막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그림자와 소리만으로 영화를 보고있던
많은 조무래기들이 우루루 안으로 몰려 들어갈 때가 바로 이때였습니다.영화가 끝나면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난게 아닙니다.다음날 학교에 가면 어제 본 영화 이야기로 교실 안은
주인공의 표정과 목소리까지 흉내내며 줄거리를 줄줄 외웁니다."신영규이가 아인나 허장가이가 배반해가지고
어쩌다 시청각교육의 일환으로 학교에서 영화를 상영할 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반공영화나 사극영화였는데 주로 전날 밤에 마을에서 상영한 영화였습니다.
이교시 수업이 끝나면 일학년 교실과 이학년 교실을 막고있는 벽을 트고 학생들이 집에서
오인의 해병, 철조망, 성웅 이순신, 율곡과 그 어머니, 해병특공대..등 학교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소풍이나 운동회 때와 버금가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이따금 울산에서 찝차를 이용하여 마을까지 영화 선전를 하러 올 때도 있었습니다.
하루에 두어 번 부산으로 오가는 버스 가운데 막차 한 대는 한성상회에서 하루를 묵고 (도마레)
다음 날 출발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버스를 대절하였습니다.
저녁에 마을 선배님들이 버스의 한 팀인 운전사, 조수, 차장과 함께 멀리(?) 울산 태화극장까지
버스를 타고 영화를 보러가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린다이'라는 홍콩 여배우가 주연배우인 신영균을 실제로 사모한 나머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던 영화 "달기", 그리고 김상국의 노래로 유명한 영화
'불나비' 등이 선배님들이 버스 대절하여 울산까지 가서 관람한 '원정영화'였습니다.
전쟁영화를 보고나면 우리는 언제나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이야기하며 골기장이 있는
예전의 우리 부모님네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슬픈 영화를 좋아하셨던지요.
아마도 당신들의 고단한 삶을 영화를 통해서나마 위안받고 싶어하셨던게 아니었을런지..
《구름은 흘러도》
일본의 어느 광산촌에서 아버지마저 잃고 어린 4남매는 뿔뿔이 헤어지는데
《피리불던 모녀고개》
행복한 가정주부였던 이민자는 뜻하지 않은 실수로 사랑하는 남편, 딸 자식과
《에밀레종》
《저하늘에도 슬픔이》
국민학교에 다니는 이윤복은 가난한 가정에서 살아갑니다. 노름을 즐겨하는
호의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어 그 책은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고 또한 각계로부터 온정이 답지합니다.
《쌍무지개 뜨는 언덕》
《외나무다리》
사랑하는 여자 김지미를 동네 건달 허장강이 겁간하여 사랑이 깨지고, 그 일로 실성을
한 최무룡을 그의 어머니 황정순이 등에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넌다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동네 김말용 선배(21회)가 노래와 함께 얼마나 실감나게 이야기
해주던지 본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육체의 길》
화목한 가정의 가장인 김승호는 깡패인 허장강의 앞잡이가 되어 나쁜짓을 일삼는
마침내 여자는 죽고 자신도 폐인이 되어 버립니다. 훗날 화목하던 옛집을 찾아가지만 차마
가족 앞에 나타나지 못하고 다시 정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납니다.
이발소에 붙어있던 이 포스터를 처음 봤을때 '육체'라는 단어에 묘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의 학비마련을 위해 기생이 된 홍도(김지미)는 오빠의 친구와 사랑하게 되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가 부호집 딸과 약혼식을 하는 장소에 달려간 홍도는 흥분하여
그 부호집 딸을 찌르고..살인현장에 달려 온 경찰관이 된 오빠(신영균)에 의해 쇠고랑이 채워집니다.
《천안삼거리》
엄앵란의 부친이 당쟁에 말려 참변을 당합니다.그녀는 같은 처지가 되어 지금은
그 무렵 음탕한 이예춘이 그녀를 탐한 나머지 말을 듣지 않는 그녀를 투옥하고 괴롭힙니다.
때마침 암행어사(신영균)의 행차가 있어 그들이 구출됩니다.
《화랑도》
난생 처음 본 총천연색 영화라 더욱 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 때의 그 감동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흑백영화를 보다가 총천연색 영화를 첨 본다는건, PC로 따진다면 XT에서
사랑하는 적국(敵國)의 공주를 못잊어 야반에 공주의 방으로 들어 가다가 그만 근위병들에게
붙잡힌 몸이 되어버린 주인공.심한 고문을 받으며 서서히 고개를 들자 얼굴에 나타나는 수많은 고문의 흔적들..
(총천연색이였기에 실감이 훨씬 더했습니다)
그때 극장 안 앞뒤 여기저기서는 동네 여자들이 어마~ 어마~! 하며 차마 못보겠다는 듯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숙이고 난리였습니다..
《동백아가씨》
섬처녀인 엄앵란는 서울서 온 대학생 신성일과 사랑하여 임신하게 되자,
그러던 어느날 옛애인인 신성일을 만나나, 그는 이미 다른 여인과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었기에
그녀는 아이를 그에게 넘겨준 뒤 다시 섬으로 돌아갑니다.
《언제나 그날이면》
북한에서의 그들은 마음으로 밖에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열성당원의 딸인
운명의 장난입니까? 영영 헤어진 줄 알았던 신영균을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 이미 남의
《성웅 이순신》
《석가모니》
《해병특공대》
《고개를 넘으면》
김동원과 최은희는 학창시절부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바보 온달》 간악한 신하들의 흉계에 빠져 신변에 위협을 느낀 평강공주(김지미)는
비록 바보스럽고 무식하기만한 온달이지만 그가 큰 그릇임을 알아 챈 평강공주는
《대지여 말해다오》
《명동44번지》
《맨발의 청춘》
《안시성의 꽃송이》
안시성의 젊은 장수 김석훈에게는 사랑하는 여자 김혜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구려의 충신인 연개소문의 딸이 또한 김석훈을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그 즈음 당나라 태종이 30만 대군을 거느리고 고구려를 침공하기 위하여 안시성을 쳐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김석훈의 용맹과 김혜정의 지혜 앞에서 30만 대군은 물러갑니다..
진하 나릿가에서 전날 '울어라 열풍아'를 보고 그 다음날 이 영화를 보았는데 한 해 선배인 23회
모 선배가 영화를 보던 학생들의 이름을 적어 교장선생님께 일러 바치는 바람에 다음날 아침조회
때 김충조 교장선생님의 호명으로 전부 앞으로 불려나가 혼쭐이 나기도 했습니다..
《두만강아 잘있거라》
김석훈과 박노식은 일제 치하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만주로 떠나 독립군이 됩니다..
이때 사업자금이 쪼들리던 허장강은 자금을 마련해 볼 생각으로 일본군에게 독립군의 비밀을
밀고하고 이 때문에 김석훈의 어머니(황정순)는 고문을 당하다 죽음을 당합니다.
김석훈은 어머니의 죽음을 부른 것이 그의 연인인 엄앵란의 탓이라 생각하고 복수를 다짐합니다.
그녀는 오해를 풀고자 김석훈을 찾아 나서고 결국 그는 오해를 풉니다.
독립군은 일본헌병대와 전투를 벌이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해와 박노식, 그리고 엄앵란은
그 당시 영화 제목 가운데 유달리 강(江) 이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압록강아 말하라, 흑룡강, 송화강의 삼악당, 양자강, 두만강아 잘있거라, 낟동강 칠백리..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은? .. 백두산, 한라산, 역도산..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강은? .. 압록강, 낙동강, 허장강.. 하던 기억이 납니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해서 북진을 거듭하던 해병대 용사들이 중공군의
"오빠, 총알 맞으면 안돼. 그러면 죽어.."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모녀기타》
악극단 가수였던 이민자는 남편 신영균이 징용에 나간 후 소식이 끊어지자 딸인
《지옥문》
지금으로부터 2천 9백여년전, 멀리 인도의 왕사성에서 일어난 이야기.
대부호인 박상장사는 왕사성 성주인 아수리(이예춘)의 횡포로 재산몰수와 함께 추방명령을
받는데, 이에 그의 처(이민자)는 아수리에게 찿아가서 왕사성을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청원하러갑니다만
김운하가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구하러 지옥문 앞에 서서 팔을 번쩍 들고 "지옥문아 열려라!"하던
모습과 지옥에 빠진 이예춘이 해골을 먹는 모습등이 그 당시 우리들 사이에서 대단한
《오인의 해병》
한국전쟁에 참전한 해병소위 신영균는 일선의 소대장을 자원하여 전선으로 갑니다..
중공군과의 대치상태가 계속되고 병사들이 참호 속에서 지쳐갈 즈음, 상부로부터 적의 탄약고
폭파 명령이 하달됩니다. 이에 소대장 신영균을 비롯한 박노식, 최무룡, 곽규석, 황해 등 5명
으로 구성된 특공대가 조직되어 폭파 임무를 완수하나 최무룡만이 혼자 살아서 돌아옵니다.
《남과 북》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전방 최전선에 북한군 장교 신영균이 투항해 옵니다.
따듯이 맞이한 최무룡 대위는 그에게서 북측 정보를 제공 받으려 하지만 그는 여자를 찾아 달라는
조건을 제시합니다.그런데 신영균이 찿아 달라고 하며 내미는 사진을 보니 그 여자는 바로
예전 'KBS 이산가족찿기' 행사때 많이 불리워졌던 노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가
《오형제》
《광야의 호랑이》
중일전쟁 말엽, 광야의 호랑이로 불리우는 신영균은 전쟁중 가족과 동지를 잃은 김혜정을 구하고
그녀와 힘을 합쳐 중국군에 수용된 한국인 범죄자 허장강, 황해, 서영춘, 김운하, 장혁과 함께
폭파대를 구성하고 용문교 폭파 작전에 나섭니다.교량을 폭파하는 도중 출동한 일본군과의 교전 끝에
작전 도중 모두가 일본군에 의해 체포되었을때 일본군인이 고문을 시작합니다.
"광야의 호랑이가 누구냐?"
대답이 없자 한 차례 채찍을 휘두른 뒤 재차 물었을때 한 사람씩 차례로 대답을 합니다.
"광야의 호랑이는 나다." "아니다, 나다." "나다." "나다.."
학교에서 급장이 물었습니다.
"오늘 주번은 누구냐"?
"오늘 주번은 나다.."
"아니다, 나다.."
한동안 많이 써먹던 대화이기도 하였습니다.
이 영화를 서생여인숙 (16회 박천수)에서 상영할 때 부산에도 아직 상영 안한 영화라해서
긴가민가 했는데 (실제로 화면이 아주 깨끗하였습니다) 그 뒤 한 두어달쯤 지나고 부산일보 영화
광고란에 '개봉박두'란 큼직한 글자와 함께 '광야의 호랑이' 포스터가 실려 있었습니다.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기차가 지나가는 시골마을에서 남편이 없는 최은희는 시어머니와 딸 옥희(전영선)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날 예전에 남편의 친구였던 초등학교 교사인 김진규가 하숙하러 들어오게 됩니다.
옥희의 아버지는 옥희가 태어나기 한 달전에 세상을 떠났기에 옥희는 그 손님을 무척 따릅니다.
최은희와 김진규는 서로 사모하는 사이가 되지만 당시의 윤리적 관습 등으로 인해 마음 속에
연모의 정을 묻어둔 채 김진규가 서울로 전근가면서 헤어집니다.
소박한 어린이 옥희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이 절제된 감정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동네에 영화가 들어올 때는 보름달을 피해서 들어왔습니다.
달밝은 밤이면 화면이 선명하지 못한 때문이지요.
성동여인숙, 서생여인숙, 비석걸 창고마당, 구 농협 앞, 연화할머니 댁,
- 고영훈 작가님에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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