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10월의 주말이면 서해안 포구에는 제철 대하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전국에 이런저런 먹을거리 축제가 많지만, 유독 서해안의 대하 축제는 ‘가을에 한번은 꼭 가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왜 가을 대하는 이렇게 인기있는 것일까. 가을철 서해안 포구에서 맛보는 신선한 제철 대하는 대도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사 먹는 수입 냉동 대하와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 15일부터 10월4일까지 대하 축제가 열리는 충남 홍성군 남당리를 찾아갔다.
#양식 대하는 ‘신선’, 자연산은 ‘쫄깃’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에서 빠져나온 후 29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보령 방면 40번 국도로 진입해 조금 더 달리면 바닷가를 따라 50여곳의 횟집이 모여 있는 남당리가 나온다. 9월 초순엔 아직 사람이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외지 차량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축제에 앞서 느긋하게 대하를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9월 초 대하 시세는 1㎏에 2만∼2만5000원이지만, 축제기간이 되면 크게 비싸진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1㎏에 4만∼5만원까지 오른다. 그러나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9월 말이 되면 대하가 더 커지고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남당수산 김옥녀씨는 “9월말∼10월이 되면 대하가 어른 손바닥만해지고 맛도 더 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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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살살 녹는 소금구이로 (위)◇시원하고 구수한 탕으로 |
서해안 대하는 수염이 몸통만큼 긴 것이 특징. 자연산과 양식이 있는데,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운동량이 많은 자연산이 좀 더 쫄깃하다는 느낌은 전문가들이나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오히려 양식대하가 좀 더 비싸다. 양식은 산 채로 먹을 수 있는데, 자연산은 그물로 잡으면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수조에 들어있는 산 대하는 모두 양식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대하를 회, 이른바 ‘오도리’로 즐기고 싶으면 양식을 선택해야 한다.
산 대하는 펄떡거리는 힘이 강해 무거운 뚜껑이 달린 용기에 넣어서 테이블로 갖다준다. 껍질을 벗겨도 펄떡거리는 경우가 있어 초고추장을 찍은 후 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머리와 껍질만 대충 떼어낸 오도리를 한 입 가득 넣으니 탱탱하고 오독오독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남당리의 어느 횟집에 들어가도 가격이나 음식맛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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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만점 샐러드로(위)◇담백한 찜으로 |
#대하의 제맛은 소금구이
회도 좋지만, 대하의 제맛은 소금구이에서 찾을 수 있다. 넓은 냄비에 굵은 소금을 깔고 대하를 듬뿍 넣은 뒤 뚜껑을 덮어 불 위에 올려놓으면 3∼4분 후 빨갛게 익는다. 색깔이 변하자마자 바로 먹으라고 김씨는 재촉한다. 서울의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입한 냉동 대하를 소금구이로 만들면 퍽퍽해지는 것이 보통인데, 제철 대하는 입에서 살살 녹을 듯 부드럽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내장의 맛도 진하다. 소스로 초고추장과 와사비 간장이 나오지만, 그냥 먹어도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이 난다.
횟집에 자리를 펴고 대하를 먹을 경우는 상차림과 반찬을 포함해 5000∼7000원을 더 받는다. 전어·가리비 등을 서비스로 주기도 한다. 남당리의 횟집은 구이용 대하 1㎏이 기본이고, 오도리나 튀김을 원하면 추가 주문을 해야 한다. 가을철 별미인 대하, 전어, 낙지를 한꺼번에 모두 맛보고 가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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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 고소한 튀김으로 |
#대하, 이렇게 요리하자
한번 서해안 대하 맛을 보고 나면, 10㎏짜리 박스째 사 가는 사람도 많다. 집에서 프라이팬에 굵은 소금을 깔고 구워 먹어도 좋고, 튀김이나 전으로 만들어도 좋다. 머리까지 통째로 넣고 끓이는 새우탕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새우탕은 특별한 양념이 없어도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난다. 무나 애호박을 약간 썰어 넣으면 더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간은 고춧가루와 새우젓 약간이면 충분하다.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를 넣으면 칼칼하면서 시원한 맛이 더해진다.
냉동해뒀다가 요리해도 된다. 부드러움은 약간 덜하지만, 튀김·찜·중국요리 등에 활용하면 좋다. 칠리새우·탕수새우 등 중국요리에 대하를 이용하면 호사스러운 요리가 된다. 대하살을 다져 튀기면 아이들 간식으로도 좋다.
서해안 9~10월 대하축제
맛볼 수 있는 곳
대하로 가장 유명한 곳은 홍성 남당리지만, 태안군 안면도·서천 홍원항·보령 무창포 등 충남 서해안의 주요 포구 및 해안에서는 9∼10월 두 달간 신선한 제철 대하를 맛볼 수 있다.
전국 자연산 대하의 대부분이 충남 연안에서 생산되는 만큼 질좋은 대하를 값싸게 맛보려면 충남 바닷가를 찾는 게 가장 좋다. 또 대하 양식장은 태안과 보령에 접한 천수만에 있는 것이 가장 크고, 양식 대하의 70% 이상이 이곳에서 나온다.
9월 말∼10월 중순에는 안면도·무창포·홍원에서 대하축제가 열려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가 펼쳐진다. 안면도 대하축제는 10월 17∼21일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041-673-5271)에서, 무창포 대하축제는 무창포 해수욕장(041-936-3561)에서 9월 말부터 열린다. 서천군 홍원항(041-950-4613)에서는 29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전어·대하축제를 진행한다.
서울·경기지역에서 가까운 곳을 찾는다면 인천 소래포구와 경기 김포군 대곶리 대명포구가 추천할 만한 곳. 소래포구는 워낙 규모가 크고 해산물을 파는 점포와 횟집이 많아 대하뿐만 아니라 제철 생선을 골고루 구입하기에 좋다. 대명포구는 강화도로 향하는 초지진대교로 진입하기 전에 있는 포구로, 횟집 20여곳이 모여 있다. 규모가 작고 횟집이 많지 않지만 싱싱한 대하를 적당한 가격에 먹기에 좋다. |